마하티르 빈 모하맛(97)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도자는 성공한 정책에 대한 공(功)을 관료와 국민에게 돌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3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국가 리더십’ 특별 강연 및 본지 인터뷰에서 “지도자들이 정책이나 어젠다를 구상하고 만들 수는 있지만, 관료와 이를 지지하는 국민이 없다면 실행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 근대화를 이끈 주역이다. 1981년 총리로 임명돼 2003년까지 22년간 집권했고, 93세이던 2018년부터 다시 2년간 총리를 지냈다. 그는 농업 국가였던 말레이시아를 철강·자동차를 생산하는 무역 강국으로 탈바꿈시켰지만, 국가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개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오랜 시간 국가를 이끌며 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정책을 실현하는 데 너무 열중해서 반대 정당이 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고 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첫 집권인 1981년 당시 말레이시아를 선진국으로 만들자는 ‘비전 2020′을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그는 “비전의 3분의 1도 실행하기 전에 물러났다”며 “지도자가 바뀌어도 장기적인 비전의 계획과 전략은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을 벤치마킹 하자는 취지의 ‘룩이스트(Look East)’ 정책을 병행했는데, 마하티르 전 총리는 “양국에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여전하다”며 “룩이스트 정책을 변경해서 지금의 말레이시아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1997년 IMF의 제안을 거절하고도 경제 발전을 이룬 데 대해 그는 “말레이시아는 다민족·다문화 사회여서, 인종·민족 간의 균형이 최우선”이라며 “당시 IMF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민족 간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배울 점이 많아 한국을 자주 찾았다는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국 경영인들의 공격적인 태도, 그리고 ‘우리가 일본보다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점이 항상 인상 깊었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바로잡고 견제할 수 있다”며 “지금 세상보다,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