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한 것에 대해 5일 “김대중 대통령이었으면 만났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앞서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다. 휴가 중이다’ 이렇게 페인트 모션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휴가를 보내고 있지만 밖에 나올 수 있다. 오늘 전격적으로 펠로시 의장을 면담하리라고 본다”고 했었다.
박 전 원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의전 프로토콜상 미국 대통령이 어떤 나라 야당 대표도 잘 만나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김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 외교안보보좌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클린턴 대통령이 지나가다가 외교안보보좌관 방문을 열고 슥 들어와서 ‘김 대통령 오셨군요’ 하면서 10~20분 얘기했었다”며 “그런 것이 외교”라고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도 이런 방식으로 펠로시 의장과 만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만약 안 만나면 저는 ‘정치 9단’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결국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았고, 박 전 원장은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저는 만남을 강하게 권한다는 의미에서 (정치 9단 이름을 걸고) ‘베팅’을 해봤는데, 만약 김 대통령이었으면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왔을 때 안 만났을까?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있는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고 전화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제가 ‘정치 9단’ 단증을 내놓아서 억울한 게 아니라, 과연 이런 식의 외교가 (옳으냐)”고 했다. 이어서 “말로는 한미동맹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이렇게 하고 있는가. 그런다고 해서 중국이 우리를 좋아할 것인가”라며 “현재 한국이 살 길은 첫째가 한미 동맹이고 둘째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인데, 그래도 만났어야 된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펠로시 의장을 태운 항공기가 도착했을 때 정부에서 아무도 영접을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 측이) ‘늦은 시간이고 하니 영접은 생략해달라’고 했지만, 그래도 간곡하게 얘기해서 당연히 나갔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