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5일 발표한 조사에서 취임 3개월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 정부 들어 최저치인 24%였다. 갤럽의 과거 자료에서 역대 정부의 비슷한 시기와 비교하면 ‘광우병 시위’로 타격이 컸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 28%에서 4%포인트 하락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62%에서 66%로 올랐다. 특히 보수층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 일주일 전에 비해 긍정 평가가 51%에서 44%로 하락하면서 부정 평가(48%)보다 낮아졌다. 보수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도층에선 부정 평가(68%)가 긍정 평가(21%)의 세 배 이상이었다.
지역별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부정 평가가 대구·경북(38% 대 48%), 부산·경남(28% 대 60%) 등 여권의 기반인 영남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42% 대 37%)만 긍정 평가가 더 높았고 60대(35% 대 55%)를 포함해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섰던 30대는 지지율이 13%로 40대(10%)와 함께 10%대에 머물렀다. 30·40대의 지지율 추락은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학제 개편안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취학 연령 하향 추진과 관련해 학부모 세대의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도 인사(23%), 경험·자질 부족(10%),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7%) 등에 이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5%)이 새롭게 등장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갤럽 자료에서 취임 100여 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던 전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21.2%)이 유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처음 하락한 것은 취임 7개월 만인 2003년 9월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인 2016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4월이었다. 갤럽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 시위로 인한 혼란의 영향이 컸지만 윤석열 정부는 초대형 악재(惡材) 없이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갤럽 조사에선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당 지지율도 야당이 여당을 앞섰다. 지난주엔 여야 지지율이 36%로 같았지만, 이번 주 국민의힘은 2%포인트 하락한 34%였고 더불어민주당은 3%포인트 상승한 39%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선도 위협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보수층, 영남, 고연령층 등 핵심 지지층이 붕괴됐기 때문”이라며 “정권의 정체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사 쇄신과 정책·비전 재정립 등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2~4일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