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발달장애인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주택을 방문, 박준희 관악구청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기록적인 폭우에도 자택 주변이 침수돼 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것과 관련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반박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9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어제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7분이 사망하고 6분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을 더 안타깝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위기 대응 자세”라며 “어제 정부의 재난 대응을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되어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라며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어 보인다.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24시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다. 긴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시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라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는 대통령실의 변명은 참으로 구차해 보인다. 그런 논리라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관리 센터 등은 무슨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했다.

민주당 당권주자인 강훈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라며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다. 향후 비상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직접 챙기시라. 대한민국의 재난재해의 총책임자는 대통령이다”라고 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는 폭우를 예상하지 못했는가?”라며 “윤 대통령은 자택 주변 침수로 재난상황에 집에서도 나가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더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지 정말 큰 우려가 된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라고 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비서실, 경호실, 안보실의 수장들이 대통령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더라도 어제는 대통령을 집무실에 남겼어야 한다”라며 “이번 일은 해명이 불가하다. 대통령실이 왜 있는지 존재 이유가 의문이 들 정도로 어제는 큰 사고를 쳤다. 그 사고 때문에 대통령이 재난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자택 주변 침수로 대통령 본인의 안전 역시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다”라고 했다.

최재성 전 수석은 “만약 저희(문재인 청와대 참모)라면 대통령의 안전을 비롯한 경호 문제는 물론 재난 상황에서의 지휘 공백과 혹시 모를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귀가 대신 별도의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과오는 어처구니없다. 문책 없이 지나가기에는 너무 엄중한 사안”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번갈아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비 피해 상황을 보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광화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수해 현장에 가기 위해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지만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갈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는 한밤중 주민의 불편을 일으킬 수 있어 포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한 정보를 보고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결국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