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자 당내 일부 의원들이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법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새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 전 대표 발언인) 양두구육이 아니라 징계 이후 조용히 지내던 당대표를 무리하게 비대위를 구성해 사실상 해임했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모든 것이 빈대 때문이라고 하면서 초가삼간 다 타는 줄 모르고 빈대만 잡으려는 당. 나라와 당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다”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이 정말 걱정이다. 반성과 성찰은 하나도 없다”라며 “법원과 싸우려 하고 이제 국민과 싸우려 한다. 민주주의도 버리고 법치주의도 버리고 국민도 버렸다. 다섯 시간 동안 의총을 열어 토론했는데 결론이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를 존속시키는 것은) 설렁탕을 시켰다가 취소했는데 설렁탕 주문을 취소한 것이지 공깃밥과 깍두기까지 취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비대위가 그대로 간다면 우리는 위헌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 비대위 체제를 무효화하고 기존 최고위를 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의원도 “다시 비대위 체제를 존속시키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다시 하겠다는 지도부의 방침은 민심의 목소리하고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며 “언론의 타깃이 되는 분들은 2선 후퇴해야 한다. 새 지도부에서 이준석 대표를 톤다운시키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통 큰 화해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 국민의힘의 정치 방향”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김태호, 허은아 의원 등이 의총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해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은 27일 ‘마라톤 의원총회’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인해 최고위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원회의로의 복귀는 원천 불가능하며 법원 판결로 인해 현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헌·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엄중히 경고하는바”라며 “윤리위원회는 윤리위에 제기된 추가 징계 요구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비대위가 유지되면 이 전 대표가 또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그래서 관련 당헌·당규를 명확하게 개정한 후에 새로운 비대위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당헌·당규를 개정하기 전에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만든 현 비대위가 최고의결기구로서 유지된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는 사태를 수습한 뒤 의원총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