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한동훈 장관이 국회에서 ‘제2 n번방’ 사건에 검찰이 대응하지 않은 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란 취지로 답변한 데 대해 더불어 민주당 이수진의원은 “검경수사권 문제가 아닌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 측은 6일 “제2의 n번방 사건의 2차 피해방지를 위한 법무부의 ‘AI 기반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 작동 여부에 대해 업무를 관장하는 법무부에 질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2020년 3월 24일 보도자료에서 n번방 사건과 관련 “중대한 범죄임에도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빚은 참사임을 반성한다”고 공식 사과한 바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방안으로 “최근 초기 개발을 마친 ‘AI 기반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 의 조속한 고도화와 지능화를 지원해 ‘n번방’에서 다른 인터넷사이트로 유출된 불법 영상물을 최대한 탐색·삭제하겠다”며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의 실현까지도 책임지겠다는 재발방지책까지 발표했다고 이 의원실은 설명했다.

실제로 법무부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19년 7월부터 1억9200만원을 들여 ‘AI 기반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고, 올해도 연구용역비 1억5200만원 등 총 법무부 예산 3억5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 장관에게 “올해 1월 초, (제2 n번방) 최초 신고 이후 피해자의 착취물은 무려 5000여명의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왜 검찰 AI 기반 불법촬영물 탐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의원 측은 “법무부 스스로가 밝혔듯 유출된 불법 영상물의 신속한 탐색·삭제를 통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AI 기반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이 작동되었는지를 질문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해당 시스템의 담당 수사관은 단 1명에 불과하고, 3억원이 넘는 고도화 작업 담당자 역시 단 2명에 불과하다며 “날로 악랄해지고 교묘해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던 것 아닌가”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이 의원 측은 “검찰과는 무관한 것처럼 답변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 측은 “한 장관의 답대로라면, 법무부가 n번방 사건에 대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빚은 참사임을 반성한다’는 법무부의 공식 사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법무부 스스로가 밝혔듯 ‘AI 기반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검찰의 수사개시권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조직법 상 법무부의 사무로 지정되어 있는 인권옹호로 봐야 한다는 게 이 의원 측 주장이다.

이 의원 측은 “실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2020년 1월 이후 2년 8개월이나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시스템은 여전히 법무부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의 담당업무로 되어 있다”고 했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이 의원의 질의가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다”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경찰에 신고하면 검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까?”라며 “경찰이 신고하면 검찰에 빨리 알려서 AI로 빨리 촬영물 탐지하라고. 이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갔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다니”라고 질의를 이어갔다. 한 장관은 “의원님, 사건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직접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장관을 쳐다보며 “으이구, 정말”이라고 읊조렸다. 이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알고 있다”며 “시스템을 점검해 수사관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이 말한 ‘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은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신고하면 해당 촬영물의 기본 정보를 분석해 AI가 100여 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자동 탐색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이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제2 n번방 사건’의 불법 촬영물을 검찰의 AI 시스템이 탐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한정되면서 성범죄는 경찰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지난 4월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발의하자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하면 수사 기간이 길어져 성착취물 유포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