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날 열린 '망 사용료'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윤상필 대외협력실장의 발언이 재생됐다. /국회TV

“20대 30대 남성분들께 (망 사용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서…”

국내 대기업 통신3사가 개최한 ‘망(網) 사용료’ 관련 기자 간담회가 이 같은 주최 측 참가자 발언과 논리로 온라인에서 논란을 빚었다. 결국 13일 국회 국정감사에까지 ‘이대남’ 발언이 등장해 비판을 받았다.

전날 3사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국내 통신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물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에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러나 주최측 의도와는 달리, 간담회 영상과 요약본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발언과 논리,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이란 쉽게 말해 ‘구글이나 넷플릭스같은 IT·콘텐츠기업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만큼, KT나 SKB 같은 통신업체에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라’는 것이다. 우리 국회는 세계 최초로 이러한 의무화 법안을 추진해왔지만, 이달초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법안에 부정적 의견을 밝히면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근거도 못대면서 ‘망사용료 받아야한다’ 주장만

간담회 주최 측은 모두 발언에서 “최근 망 사용료 법안과 관련해 거짓 정보들이 퍼지고 있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했다.

망사용료 찬성 측은 ‘외국 대기업으로부터 한국 통신회사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게 주요 논리이지만, 이에 대해 미국 측이 보호무역 문제를 제기했고, 이어 국내에서도 △국내 콘텐츠업계가 입을 피해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품질 저하 △콘텐츠 구독료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주제임에도 최근 삼프로TV, G식백과, 대도서관 등 경제, 지식 관련 유명 유튜버들이 잇달아 해당 이슈를 다뤘고, 영상별로 조회수가 최대 150만회를 기록하는 등 관심이 높아졌다.

간담회 생중계 댓글창에는 통신사와 법안에 대한 비판과 원망이 줄줄이 이어졌다. “한국 통신사들은 인터넷 해저케이블도 안 깔고 미국, 일본 통신사 케이블에 빨대 꽂아 쓰지 않느냐” “넷플릭스 접속 막아버리면 되잖냐” 등이었다. 주최 측 패널들이 △국내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지적 △해외 사례 △망 사용료를 구체적으로 어떤 규모 대상으로부터 얼마나 받을 것인지 등에 대해 정확한 자료나 근거를 대지 못하면서도 ‘망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댓글의 비난 강도는 더 세졌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통신사 이익단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윤상필 대외협력실장의 발언이었다. 영상에서 들리는 그의 발언은 이랬다.

“우리 국민들이… 선량한 국민들이 잘 모르는 유튜버들… 그 20대 30대 남성분들께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이렇게 퍼뜨리고 있어서, 이건 좀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발언은 ‘망사용료 문제는 2030 남자들이 선동 당한 것’ 또는 ‘선동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돼 간담회 직후부터 MLB파크, 클리앙 등 국내 여러 대형 커뮤니티사이트로 퍼져나갔고, 일부 게시물에는 댓글이 300개 넘게 달리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허구한날 패기 좋은 게 2030남자냐” 등 분노의 댓글이 이어졌다.

여성 네티즌들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30 여성 이용자가 많은 더쿠에는 해당 발언이 전해지자 “내가 살다살다 이대남이랑 한편을 먹게 되다니” “2030 여성은 왜 빼냐” “뭐가 잘못인지 반박은 못하고 저게 무슨 소리냐” “거기에서 성별이 왜 나오냐” “나랏님도 못한 남녀 갈등을 통신사가 풀어주네” 등의 반응이 나왔다.

12일 열린 '망 사용료'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윤상필 대외협력실장의 발언을 옮긴 네티즌 글. /온라인 커뮤니티

◇국정감사장에서 재생된 영상… “통신사 수익 계속 증가”

결국 이 발언이 나오는 영상은 이튿날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재생됐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해당 영상을 틀면서 “본인들도 부끄러운지 현재는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통신업계는 유튜버와 청년세대가 선동당한다고 주장하려면, 제발 망관련 구체적인 데이터라도 내놓고 그런 주장을 하라”고 했다. 이어 “통신업계는 과거 카카오톡이나 음성통화 서비스 도입시기에도 망사용료를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이후로도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그러나 통신사의 주장과는 반대로, 콘텐츠 확산을 통해 오히려 매년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통신업계만 이득이 있고 반대로 우리 콘텐츠 업계와 국민들에게는 피해가 생기는데, 이것이 어떻게 국익이냐”며 “통신업계야말로 국민을 선동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