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의겸 의원은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의 발언을 왜곡해 발표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의겸 의원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어제, 국회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비공개 면담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주한 EU대사와 이재명 대표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보를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비공개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대사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을 했다. 이 대화 중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의겸 의원은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의겸 의원의 왜곡 브리핑과 관련 “외교참사”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 전달한 민주당에 유감을 표명했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외교사절의 비공개 발언까지 마음대로 뒤틀고, 왜곡시키는 김의겸 의원과 민주당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장동혁 대변인은 “김 의원의 거짓말로 EU와의 외교관계는 흠집이 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 외교참사는 이럴 때나 쓰는 말이다”라며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폭로했다가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번 논란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는데 오히려 국민들이 김 의원의 무책임한 행태에 할 말을 잃었다. 민주당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말의 무게를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이유동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흠집 내기를 위해 UN대사 발언마저 왜곡하나”라고 했다.
이유동 부대변인은 “외국 대사, 그것도 EU 대사의 발언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한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비공개 진행은 원활한 회의 진행과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기 위해 하는 것이지, 자의적으로 메시지를 왜곡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실제 발언자의 의도와는 달리 곡해해서 듣고, 이를 이용해 국민들을 호도하고 기만하는 민주당의 못된 심보가 또 한 번 드러난 사례”라며 “김의겸 대변인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까지 했다. 문 정부에서도 외교 담화 발표 때마다 상대 외교 정상의 메시지를 정부 입맛에 맞게 왜곡했던 것인가”라고 했다.
이유동 부대변인은 “대변인은 국민들께 사안에 대해 정리하고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직책이다. 거짓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는 대변인의 기본 자질이다”라며 “김의겸 대변인은 즉각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대사에게 사과함은 물론 입맛대로 해석하고 그것이 진실인 듯 국민을 속이려 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죄하기 바란다”고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EU대사의 권위를 빌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셈”이라며 “이런 게 바로 외교 참사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민주당식 음모론의 세계화를 꿈꾸는 게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망발이다”라고 했다.
양금희 대변인은 “논란이 일자 김의겸 대변인은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제1야당 대변인으로서의 책임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그런 김의겸 대변인이 ‘가짜뉴스 방지법’을 대표발의해 설파해왔다는 사실이야말로 웃지 못할 촌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당의 입이다. 민주당은 대체 언제까지 김의겸 대변인의 무책임한 경거망동을 좌시할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이 민주당의 당론인가?”라며 “이쯤 되면 방치를 넘어 공모다. 부디 공당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간할 줄 아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8일) 국회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1시간 동안 비공개로 북한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변인인 김의겸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즈 대사가 북한 도발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페르난데즈 대사는 외교부를 통해 김의겸 의원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 말이 야당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그런 의미도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Sorry that my words have been mis-used and twisted by opposition for media, that was not the meaning nor the intention, as you know well.)”고 밝혔다고 외교부가 기자단에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