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간 국회의원들이 낸 법안 2366건 중 국회예산정책처가 비용을 추산한 51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시행 후 첫 5년간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법안만 87건에 달하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시행에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그 금액을 예산정책처가 미리 계산한다. 이 중 52건(59.8%)이 더불어민주당 또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었고, 33건(37.9%)은 국민의힘 의원이나 친여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10월 13일 오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트북에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뉴스1

가장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법안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으로,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5년간 67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재정 소요 2~4위 법안은 민주당 김두관·이인영·노웅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각각 5년간 적게는 52조8000억원에서 많게는 65조1000억원의 세금을 덜 걷게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고령자가 받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높이는 것이 주 내용으로, 연평균 6조4000억원, 첫 5년간 32조원이 필요하다. 박성준 의원의 청년기본법 개정안은 일정 소득 이하 청년에게 매달 10만~20만원의 수당을 주자는 내용으로, 수당 지급 정도에 따라 향후 5년간 적게는 25조원에서 많게는 50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됐다. 김원이 의원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을 무기한 지원으로 바꾸자는 내용으로, 5년간 최소 19조4000억원에서 최대 71조8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감세 법안 중 박성중 의원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국가 전략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자는 내용으로, 30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정우택 의원의 법인세 감세 법안에는 29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 법안 가운데 가장 비싼 ‘현금 복지’ 법안은 조수진 의원이 낸 것으로, 정부가 생계급여를 지원하는 저소득자의 범위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13조9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부 법안들은 재정 부담이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들이 낸 양곡관리법 개정안 5건은 남는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지만, 예산정책처는 이 법안들로 인해 세금이 얼마나 들어갈지를 계산하지 못했다. 자연적인 이유로 쌀 생산량이 매년 바뀔 수 있어 매년 국가가 쌀을 얼마나 사야 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매년 1조원, 5년간 5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