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가족 국회로 부른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친야(親野) 성향의 한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없이 14일 공개했다. ‘민들레’라는 매체는 이날 “시민 언론 ‘더탐사’와 협업했다”며 155명의 명단을 게재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집회에서 이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더탐사는 이른바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매체고,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최근 출범한 매체다. 이들은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일방적 공개에 따른 법적 책임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명단 공개 직후 인터넷과 정치권에선 “도대체 무엇을 위한 공개냐”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패륜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법적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회적 비극을 신생 매체가 자기 광고에 이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날 명단을 공개한 매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참담하다.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과연 공공을 위한 저널리즘 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 미사에서 김영식 대표 신부가 희생자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앞서 더탐사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수한 명단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도 모두 넘겨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과 얼굴 공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구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은 일부 유가족 면담 직후 “유가족 동의 없이 이런 명단이 공개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유가족 중에서도 실제 희생자들의 명단·사진이 공개되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유가족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했다.

한편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전날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현지 병원 방문에 대해 “김 여사가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을 했다”고 했다. 대통령 부인의 외교 일정에 ‘빈곤 포르노’라는 말을 붙인 것이다. 장 최고위원은 “의료 취약 계층을 방문해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은 실례”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