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3년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 참석 후 행사장을 빠져나와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부장검사 엄희준)·반부패수사 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대표에게 업무상배임 및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뉴스1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대비해 사전 연습을 수차례 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작년 말 이루어진 당시 연습은 새벽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검찰 소환 대비는 성남FC 사건이나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아닌 대장동 사건에 집중됐다. 이 대표 스스로도 검찰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운명을 걸고 승부를 겨룸)’은 대장동 사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檢 조사 자신? 초조함의 발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의 검찰 소환 대비 연습은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구속됐던 작년 말을 전후해 이뤄졌다. 검찰의 칼날이 ‘정치적 동지’라는 이들 최측근을 거쳐 이 대표를 향해 본격적으로 조여오고 있을 때였다.

사전 연습은 주로 검찰 소환을 가정해, 관련자들과 과거 사실 관계를 확실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출신의 이 대표는 직접 정 전 실장 등에게 김만배씨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물으며 자신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과거 10여년 이상의 행적을 세세히 복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 등이 구속된 이후에는 변호인들과 함께 이러한 작업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주변에서는 “그만큼 검찰 수사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초조함의 발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왼쪽부터)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조선일보DB

◇사건 제일 잘 아는 건 이재명 자신

이 대표 주변에서는 “현재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이 대표 본인 말고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우선 사건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대선 캠프 때부터 의혹에 대응해 왔던 당 관계자들 역시 세세한 내용은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 대표 스스로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측근들과도 ‘사법 리스크’ 관련 내밀한 내용은 잘 공유하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지난 성남FC 사건 검찰 소환 조사 때도 이 대표 본인이 직접 대응 준비와 당일 진술 등을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변호인으로 입회한 박균택 전 고검장도 최근에 합류한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팬티만 입고 검찰의 칼날 앞에 서 있는 기분”이라면서도 “법조인 출신 이 대표 본인이 누구보다 법리가 탄탄하다. 결국 이 대표 스스로가 헤쳐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 출석하는 ‘대장동 일당’ 김만배·유동규·남욱 -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왼쪽부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지난 11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함께 출석했다. 세 사람은 작년 구속됐다가 최근 출소했는데, 이들이 전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오종찬 기자

◇본인은 소환 결심...주변 의견 들어 정할 듯

이 때문에 이 대표 본인은 “나는 떳떳하다. 검찰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 일찍부터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 검찰 소환에 대해서도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남FC 사건 조사에 이미 응한 마당에 대장동 사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다만 ‘망신주기식’ 검찰의 ‘쪼개기 소환’ 각본에 따라 제1야당 대표가 그때그때 따라야 하느냐는 당내 반발이 변수다.

한 최고위원은 “성남FC 사건 때도 주변에서는 소환에 불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본인이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하면서 검찰에 출석했다”며 “이번에도 당내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은 이 대표 스스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