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남 공작원인 리광진이 관리하는 국내 지하망이 최소 3개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60대 중반의 ‘베테랑’ 대남 공작원인 리광진은 이들 조직망을 통해 국내 정치·사회 등 각 부문 동향을 파악하고 “주한미군 철수, 반정부 시위 등을 하라”는 지령을 내려 여론몰이 공작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 당국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재판 진행에 대한 구체적 사항도 이들 조직망을 통해 보고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북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리광진은 최근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한 민노총 전·현직 간부 사건을 비롯해 2021년 적발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 2015년 적발된 ‘목사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3개 사건에는 북한 공작원이 여러 명 등장한다. 그런데 리광진은 3개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포섭이나 공작금 전달 등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광진은 사이버 드보크(온라인 무인 매설함), 스태가노그래피(암호화 프로그램) 수법 등을 통해 국내 지하망과 교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코로나 유행으로 제3국에서 지하조직원과 접선하기가 어려워진 이후에는 온라인과 암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부서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사건 판사의 성향이나 재판 중 피의자의 구체적 증언 등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항을 보고받으려 한 정황을 수사 당국이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통일부 자료 등에 따르면, 리광진은 1990년대 부부 공작조 등으로 위장해 수차례 국내에 침투한 적도 있는 ‘베테랑’ 공작원이다. 그는 침투 공로로 ‘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현재 부부장급(차관보급) 직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정원은 제주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ㅎㄱㅎ’이 제주 시내 외곽 모처에 ‘아지트’를 두고 활동해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물 2층에 마련된 ㅎㄱㅎ의 아지트에는 ‘애국 시대’ ‘녹슬은 해방구’ 등 이적표현물 자료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녹슬은 해방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이라는 우리 정부의 전향 권유를 ‘달콤한 유혹’으로 비유하며 이를 거절한 비전향 장기수를 미화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국정원 등에 따르면, 북한 연계 지하조직 ㅎㄱㅎ은 북 공작원으로부터 ‘주체사상·선군정치·김정은 위대성 선전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령을 받고, 아지트에서 관련 집회 기획 등을 논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