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내 약 20%의 이탈표가 나온데 대해 야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평가했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재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될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 정도 숫자가 나온 건 우연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삼삼오오 교감이 이루어진 것은 맞을 것”이라고 봤다. 진행자는 “느슨하지만 교감 하에 움직인 표, 생각보다 단단한 20%일 수 있겠다”고 물었고, 이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표가 내걸었던 불체포 특권에 대한 폐기 공약을 이제 와서 뒤엎는 애기를 하는 것에 굉장히 불편해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기권‧무효표 역시 사실상 이 대표 체포에 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실 그 물밑에 있는 얼음덩어리가 더 크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당의 우려와 걱정하는 목소리나 생각들은 상당히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청구됐을 경우 당 의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 무효와 기권표를 던졌던 의원들도 찬성 쪽에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부결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찬성하기도 그렇고. 복잡한 마음에 기권한 분들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당내 상황에 대해 ‘선당후사’를 말씀하셨다. 그런 말씀에 다 담겨 있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의원들이 다른 생각을 가져도 이 대표의 리더십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면 당도 다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걱정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며 “리더십의 공백이나 혼란이 당분간은 있을 수 있겠지만 민주정당에서 특정인만 의존하는 건 매우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박범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매우 당혹스럽고 무겁다”면서도 “불체포 특권에 대한 생각, 총선을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에 대한 생각, 선거 제도 개편, 공천권 등이 엮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분열은 막아야 한다. 민주당의 오랜 역사는 밟히면 더 강해지고 단결하는 게 있다”며 “30표 이상의 이견이 있다면, 그 이견은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와서 민주당답게 얘기해봐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또 넘어오면) 걷잡을 수 없는 이들이 벌어진다.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자유의사라는 건 당론 속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당론과 전혀 무관한 자유의사일 수 없다”며 “지금부터 공개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폭주하는, 소위 건건이 쪼개기, 비 오는 날 먼지 털이와 같은 재청구 사태가 예견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 대표가 심사숙고할 거라고 보고, 의견을 물어볼 것”이라며 “당장 (이 대표의) 거취 결정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민주당 의원 전원(169명)이 표결에 참석했는데도 반대가 138표에 그친 만큼 민주당에서만 최소 31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