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27일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때 부결에 표를 던지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하고 나선 가운데, 28일 소셜미디어에선 비명계(非明系) 의원 40여명의 이름과 지역구가 적힌 ‘살생부(殺生簿)’가 공유되고 있다. 민주당 내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을 명단화한 것이다. ‘반란표’를 던진 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자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이 제작해 유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트위터 등 여러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주당 낙선 명단’, ‘민주당, 조심할 의원 모음.zip’ 등의 제목으로 의원 46명의 신상정보를 담은 이미지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 제작자는 “이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에 찬성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을 모아 둔 이미지”라고 밝혔다. 의원들의 전화번호까지 병기됐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행보를 살펴봤을 때, 조심해야 할 의원들의 목록을 모았다”며 “여기에 있는 분 중 부결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기존에도 수박(민주당 안에 있는 보수 인사)으로 알려져 있던 사람들이 대다수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작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의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는 지난달 비명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부른 민주당 당헌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이름이 올랐다. 이 게시물을 이 대표 지지자들은 ‘반란군 명단’ ‘수박 명단’이라고 부른다. 이런 살생부는 의원 이름 한둘이 빠지고 더해지는 식으로 여러 버전으로 각색돼 돌고 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을 두고 일부 의원에 대해 ‘비명으로 보는 게 맞느냐’는 의견, ‘함부로 낙인찍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조심할 의원 모음.zip’이라는 게시물을 만든 원작자는 트위터에서 ‘예비고1′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이다. 이 대표 지지자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ㅇㅇㅇ123예비고딩’이라는 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타임라인에 ‘2023년 6월 7일 민주당 서울시당 성북갑’ 소속 예비당원증을 인증하는 게시물을 올린 적도 있다. 현행법상 정당 가입은 만 16세부터 가능하다. 민주당은 정당법상 당원 가입이 제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예비당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친민주당 성향 네티즌이 주로 이용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이나 클리앙에도 이런 ‘살생부’가 여러 건 올라온다. 민주당 의원 35~45명의 이름과 지역구,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단인데 숫자는 살생부마다 제각각이다. ‘문자행동’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한 게시글에는 “방금 문자 발송했다” “뭐라도 해야지 분해서 잠도 안 온다” 같은 ‘문자 폭탄’ 후기 댓글이 달렸다. 소수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명단으로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옳은가요”라는 반응도 있었다.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해명에 나서고 있다. 오영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상식 밖 구속영장청구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고 밝혔다. 권칠승 의원은 “갑자기 찬성표를 던진 의원 명단이라는 게 돌아다닌다. 그 안에 제 이름이 있어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면서 “사실이 아닌지라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도 해서 헛웃음마저 났다”고 했다. 한 클리앙 이용자는 민주당 고영인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수박 인증 제대로 하셨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이야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