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발전 전략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비공개회의에서 수시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을 포함한 산업 지원을 당부하자, 대통령실 수석 등 참모들 책상에는 관련 서적이 한두 권씩 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국회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대통령이 절박한 심정으로 반도체 미래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초 참모 회의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저서 ‘반도체 삼국지’와 그가 출연한 경제 전문 유튜브 ‘삼프로TV’를 언급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출간된 ‘반도체 삼국지’는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이 한국, 대만 등 후발 주자들 추격을 허용하며 몰락한 과정을 짚으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을 풀어낸 책이다. 윤 대통령 언급 이후 최상목 경제수석이 참모 회의에서 이 책을 들고 나타났고, 다른 수석들도 대부분 ‘반도체 삼국지’를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저서 ‘반도체 삼국지’/yes24

지난 23일 수출전략회의에서 반도체 후공정 전문 업체인 하나마이크론 이동철 대표가 “세액 공제 확대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반에 대한 지원 강화를 건의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곧장 마이크를 넘겨받아 “산업부를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후공정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까지 자세히 언급할 정도로 반도체 관련 내용을 숙지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전인 2021년 5월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이종호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반도체 과외’를 받기도 했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가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들이 국회에서 진영과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그렇지만 저는 금년 여기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을 상대로도 직접 설득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이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이 최근 국회 논의를 시작했지만, 야당이 “대통령 한마디에 법을 또 고치라는 말이냐”고 반발해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