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도쿄 한 호텔에서 일한협력위원회 회장인 자민당 부총재 아소 다로 전 총리 등 위원들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17일 일본 방문 때 기시다 후미오 총리뿐 아니라 다양한 정·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일본 주류 사회 인사들을 만나 한일관계에 대해 “친구도 만나지 않으면 멀어진다. 갈등이 있어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마지막 날인 17일 오부치 유코 자민당 중의원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그런 혜안을 보여준 오부치 전 총리에 대한 감사를 딸에게 대신 전한다”고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19일 전했다. 오부치 의원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이다. 오부치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인사하며 “진심으로 감사하다. 저도 한일관계 개선에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도쿄 한 호텔에서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딸인 일한의원연맹 오부치 유코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일한협력위원회 회장인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만나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아소 전 총리는 “국내 정치 사정이 있을 텐데도 이번 방일을 결정해줬다”며 “양국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결단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다시 한번 환영한다”고 했다.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도 “이번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은 윤 대통령의 큰 리더십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일한관계의 신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후미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도쿄 한국학교를 방문할 때 아들이 수행한다”며 “아들에게 보디가드 역할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한국학교 방문 때 나카소네 전 총리 손자인 나카소네 야스타카 중의원이 안내를 맡았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자 한국어로 인사하는 일본 청소년 동영상을 윤 대통령에게 보여줬는데, 독학으로 한국어를 연습한 자기 딸이었다고 한다. 이즈미 대표는 “양국 간 대중문화 교류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접견에서 대화가 길어지자 “시간이 늦은 건 아닌가요”라고 물었는데, 지난해 방한 때 받은 ‘윤석열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게이오대 연설 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는 1학년 학생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만나는 것”이라며 한국을 자주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돼서 가장 처음 한 조치도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16일 정상회담 때는 벛꽃이 화제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도쿄에 도착해보니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 뒤면 활짝 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올해는 벚꽃이 이례적으로 예년보다 빨리 피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환영하려고 조금 무리해서 개화한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자 정상회담에서 상대국 국기 색의 넥타이를 매는 관례를 고려해 한국 측은 붉은색 계통의 넥타이를, 일본 측은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를 각각 착용했다”고 전했다.

회담 후 도쿄 긴자의 경양식 집에서 이어진 2차 친교 자리에선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화제가 됐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가 ‘어떻게 주인공은 저렇게 많이 먹으면서도 살이 안 찌나’라는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러자 식당 주인은 “그 드라마 주인공이 여기도 왔는데,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살을 빼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