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미국 국빈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서랜도스 CEO는 4년간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공군 1호기 전용기를 타고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지 2시간 30여분 만에 투자유치 성과를 낸 셈이다.
이번 접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서랜도스 CEO는 공동언론발표에 앞서 야외정원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환담을 나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시구가 화두에 올랐다. 서랜도스 CEO는 “시구를 봤는데 정말 굉장했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자신의 연습 동영상을 직접 보여주며 “40년 만의 투구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서랜도스 CEO는 시구 영상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자로 나섰다. 현직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를 한 건 6번째였는데, 윤 대통령의 투구 폼이 가장 나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구연 KBO총재는 “역대급 돌직구”라고 했고 장내 야구 해설자는 “공을 안정적으로 매우 잘 던지셨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시구에 앞서 구장 연습장에서 10번 정도 연습 투구를 했다고 한다.
야구 명문 충암고 출신인 윤 대통령의 야구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가면 엉덩이 밑에 야구 글러브를 깔고 앉아 수업을 들을 정도로 야구광이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법대 야구부에서 활동했다”고 밝혔었다.
서랜도스 CEO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김 여사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서랜도스 CEO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유기견 2마리 사진을 보여줬다. 윤 대통령 내외는 6마리의 개와 5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며 대부분 구조된 유기견‧유기묘다. 김 여사는 최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비공개 초청 오찬에 동물자유연대, 카라 등 동물권 단체 관계자들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공동 언론발표에서 윤 대통령은 “방금 넷플릭스의 서랜더스 대표 등 최고경영진들과 만나 매우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서랜더스 대표가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서랜더스 CEO 역시 “앞으로 4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쇼의 창작을 돕겠다”고 했다. 25억 달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 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서랜더스 CEO는 “저희가 이렇게 결정내릴 수 있었던 건 한국 창작 업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또 한국이 계속 멋진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한류에 대한 애정, 강력한 지지를 보내준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