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논란’으로 탈당 선언을 한 가운데, 당 일각에선 돈 봉투 파문이 이재명 지도부 체제 정당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돈 봉투 사건 피의자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이성만 의원이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중앙선관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명계에선 “애초부터 이재명 대표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뉴스1

송영길 지도부가 지난 2021년 6월 임명한 대선 경선 중앙선관위원에는 ‘돈 봉투 사건’의 핵심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비롯해 서삼석·민병덕 등 송 전 대표가 임명한 사무부총장 3명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사무부총장 전원이 선관위원으로 등록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사건 피의자인 이성만 의원 역시 선관위원으로 임명됐다. 선관위원 인선은 송 전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경선에서 당 대표 측 입김을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사무부총장 같은 당직 인사가 선관위원에 임명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특정 후보와 가깝다는 의혹을 받은 당 대표의 지도부 핵심 멤버들이 나란히 선관위원에 임명된 것은 노골적으로 편파 경선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비명계는 선관위가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경선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선관위와 당 지도부가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득표를 ‘무효’로 처리해 이 대표가 결선 없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경선 초반 선관위 구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선관위원 중 여성 30%, 청년 10%를 할당해야 하는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했다. 당시 선관위원 대다수가 친명계라는 의혹도 나왔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 측 지도부였던 인사는 “선관위원 임명은 당헌당규에 위반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중립성 유지를 위해 당직 인사를 포함시켰던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두고 현 지도부 체제 정당성까지 논하는 건 정략적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