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 전 실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지역계획학 박사를 받은 사회운동가 출신이고, 김 전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두 사람 임기 중 국내 부동산 시장은 가격 급등을 겪었다. /조선일보DB

문재인 전 대통령은 5일 “경제학을 전문가에게만 맡겨두면 우리의 운명은 신자유주의와 같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게 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진보 경제학자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낸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Edible Economics)’를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그는 ‘경제학이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를 바꾼다’라는 책의 소제목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1원 1표의 시장 논리 함정에 빠지지 않고 1인 1표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깨어있는 주권자가 되기 위해 건강한 경제학 상식이 필요하다”며 “비전문가인 우리가 경제학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라고 했다.

2021년 3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고 인쇄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그가 일관되게 노력해온, 비전문가들을 위한 쉬운 경제학 책이다. 음식 레시피와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경제 이야기로 연결시켜 이해와 재미를 더해 주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장 교수 책에는 ‘잘 설계된 복지국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새로운 노동 관행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줄여서 자본주의 경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소개하며 “복지국가는 원래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 추천한 책은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를 쓴 장 교수가 10년만에 낸 신간이다. 마늘·멸치·초콜릿·국수 같은 음식 재료 18개를 소재로 세계경제사를 훑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도 장 교수가 최재천 교수 등과 공저한 ‘코로나 사피엔스’를 추천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김상조·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조선DB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쓴 ‘승부사 문재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 전 대통령의 경제관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실린 적이 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국민 하위 50%에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입장이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신신당부하고 싶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를 할 때”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가편집본에 소개된 이 내용은 최종본에서는 빠졌다.

그래픽=이철원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 전문가’로 보기 어려운 이들이 경제 분야를 지휘한 기간이 길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지역계획학 박사를 받은 뒤 철거민 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김현미 전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두 사람 임기 중 국내 부동산 시장은 가격 급등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