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5일 “경제학을 전문가에게만 맡겨두면 우리의 운명은 신자유주의와 같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게 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진보 경제학자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낸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Edible Economics)’를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그는 ‘경제학이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를 바꾼다’라는 책의 소제목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1원 1표의 시장 논리 함정에 빠지지 않고 1인 1표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깨어있는 주권자가 되기 위해 건강한 경제학 상식이 필요하다”며 “비전문가인 우리가 경제학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그가 일관되게 노력해온, 비전문가들을 위한 쉬운 경제학 책이다. 음식 레시피와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경제 이야기로 연결시켜 이해와 재미를 더해 주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장 교수 책에는 ‘잘 설계된 복지국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새로운 노동 관행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줄여서 자본주의 경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소개하며 “복지국가는 원래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 추천한 책은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를 쓴 장 교수가 10년만에 낸 신간이다. 마늘·멸치·초콜릿·국수 같은 음식 재료 18개를 소재로 세계경제사를 훑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도 장 교수가 최재천 교수 등과 공저한 ‘코로나 사피엔스’를 추천한 적이 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쓴 ‘승부사 문재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 전 대통령의 경제관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실린 적이 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국민 하위 50%에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입장이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신신당부하고 싶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를 할 때”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가편집본에 소개된 이 내용은 최종본에서는 빠졌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 전문가’로 보기 어려운 이들이 경제 분야를 지휘한 기간이 길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지역계획학 박사를 받은 뒤 철거민 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김현미 전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두 사람 임기 중 국내 부동산 시장은 가격 급등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