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9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외교를 정면 비판하고, ‘후회’를 언급하며 사실상 위협한 것에 대해 일제히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거나 항의하기는커녕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와 이재명 대표가 쌍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이었다”며 “싱 대사는 한중 관계 악화 책임을 대한민국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고 대한민국을 향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하는 듯 노골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다. 싱 대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싱 대사가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이재명 대표는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거나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듯이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마치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왔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처럼 막말을 쏟아냈다”며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했다. 오만의 극치”라고 했다.

신원식 의원은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자리에 있었던 이재명 대표가 이에 대해서 맞장구를 쳐가면서 공동대응 운운까지 했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묻겠다. 중화사대주의가 당신의 본심인가. 당신은 어제 한 처신이 제1당의 대표로서 합당하다고 보시는가”라고 했다.

신원식 의원은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왜 일본에만 적용되는가.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 전쟁이 소련과 중공의 사주에 의해서 김일성이 일으켰다는 사실은 잊어버렸는가”라며 “민주당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선택적 망각, 현실의 실체적 위협에 대한 선택적 외면에 벗어나서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오시라”라고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어제(8일)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회동 장면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며 “대한민국의 제1야당 대표가 한중 관계 악화 우려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돌리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물론, 일장 훈시만 듣고 있었던 것을 과연 국민께서 어떻게 보았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재명 대표를 초청해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관이 주재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권이 싱 대사와의 만남이 굴욕적이었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경제·안보 문제나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