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콤한 인생' 주인공 이병헌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말하는 김영철에게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봐"라고 말하는 장면./영화 '달콤한 인생'

돈봉투 의혹 연루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에 모욕감을 느낀 의원이 많아서 부결된 것’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를 한 장관이 ‘모욕감’이란 표현으로 유명한 영화 속 대사로 받아쳤다. 그러자 온라인에선 영화와 뉴스를 짜깁기한 패러디물이 인기를 끌었다.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많은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락해 우리 당을 범죄집단을 매도하는 데 상당히 모욕적이었다는 분도 있었다”며 “당론을 모은 건 아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표결을 앞두고 한 장관이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 계신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것 때문에 여러 의원이 부결표를 던졌다는 의미로 들렸다.

한동훈(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하기 위해 나서는 민주당 출신 이성만 무소속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 발언은 기자들을 통해 곧바로 한 장관에게 전달됐다. 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 장관은 “민주당 말씀은, 원래는 (투표를)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제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이 나빠서 범죄를 옹호했다는 얘기”라며 “공당이 하기에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모욕감) 그런 거 말고 (부결에 투표한) 진짜 이유를 말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히려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국민들께서 모욕감을 느끼실 것.”

영화 '달콤한 인생' 패러디./온라인 커뮤니티

양측의 공방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병헌·김영철 주연의 영화 ‘달콤한인생’의 한 장면과 연결하고 영화 배경음악까지 흐르도록 제작한 영상도 등장했다.

이런 대사가 나오는 대목이었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이병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김영철)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 봐요 (이병헌)

영화 '달콤한 인생'

이병헌이 수년간 충성을 다해 모셨던 폭력조직 보스 김영철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제거하려는 ‘진짜’ 이유를 묻는 장면이다.

네티즌 제작 영상은 여러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했다. “영화를 의식하고 그 발언을 한 것인지 우연인지 궁금하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한다면 영화 속 김영철과 뭐가 다르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