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미국인 1명이 18일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유엔군사령부가 밝혔다. 월북자는 주한미군 소속 병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군인이 월북한 것은 1965년 1월 5일 주한미군 육군 제1기병사단 8연대 1대대 병장 고(故) 찰스 로버트 젱킨스( Charles Robert Jenkins)씨가 비무장지대(DMZ) 야간 순찰을 하다 월북한 이후 58년만이다. 당시 젱키스씨는 베트남 파병 두려움, 경계 근무 강화 지침에 따른 업무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월북한 것으로 조사됐었다.
유엔사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 27분쯤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에 안보 견학 차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1명이 판문점 주위를 둘러보다가 MDL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JSA의 한미 장병들이 저지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선을 넘었다고 한다. 북한군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북한 이는 미국 국적자로 파악됐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JSA를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무단으로 MDL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현재 북한이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이날 월북자의 국적이 미국인 것만 공개하고 다른 신원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본지 취재 결과, 이날 월북자는 주한미군 소속 이등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혹시 모를 북한의 도발과 우발적 충돌에 대비해 대북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7시 30분 현재 북한의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도 현재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북한군 군인이 판문점을 넘어 귀순한 적은 있지만 미국인이 ‘판문점 월북’을 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65년 1월 5일 주한미군 소속 병장 젱킨스씨가 야간 순찰 중 DMZ에서 월북한 적은 있다. 그는 북한에서 갖은 고문을 당했으며 선전 영화 등에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된 일본인 소가 히토미(曽我ひとみ)씨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북한에서 39년여간 살았다. 그러다 2007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2차 방북을 계기로 그는 북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국인이 판문점 월북을 한 것은 1991년 JSA 공동경비대대 한국 대원이 넘어간 이후 발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