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시청 중회의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민선8기 1년 브리핑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2023.6.29/뉴스1

전국 수해가 극심한 상황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유럽 순방길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갔을 때 “수해 중에 꼭 우크라이나에 가야 했느냐” “왜 귀국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광주에 호우 경보가 내린 상황에서 강 시장이 10박12일 간의 유럽 순방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왔다.

광주시에 따르면, 강 시장은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광주 개최’ 홍보차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독일 베를린·뉘른베르크·라이프치히,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웨덴 말뫼, 덴마크 코펜하겐 등 유럽 4개국 6개 도시를 방문하는 10박12일 일정이다. 강 시장 출국 전후로 광주엔 많은 비가 내렸다. 광주 기상청은 21·22일 새벽부터 24일까지 강한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보했고, 광주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3단계’를 발령해 전 직원이 비상 근무에 나섰다.

지역 정가에선 강 시장이 출장을 가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광주시 측은 “미리 잡힌 일정이고, 광주에 큰 피해는 없다”는 이유로 출장을 강행했다. 광주 지역 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광주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폭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관장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건 부적절하다”며 “정무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 본다”고 했다. 같은 당 박병석 전 의장과, 박정 환노위원장, 윤준병·최기상 의원도 23일 베트남·라오스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조기 귀국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의힘 백경훈 상근부대변인은 “전라도 폭우 피해 속 ‘지속이 가능한 도시’를 본다고 유럽으로 출장 간 강기정 광주시장은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했다. 그는 “피해 상황을 몰랐다기엔 누적된 피해가 적지 않고, 집중호우 또한 예견되어 있었다”며 “그동안 민주당의 논리대로면, 당장 조기 귀국 해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전쟁 피해 지원을 약속했을 때도, 윤 대통령이 귀국을 늦추면서 ‘수해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폭우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했다, 수해 중에 꼭 갔어야 했느냐”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