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시신을 태운 헬기가 지난달 20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으로 보직 해임된 뒤 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초급 간부부터 사단장까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도한 법 적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국방부의 미숙한 일 처리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임성근 해병 1사단장과 채 상병 수색 작업에 관여한 중위·중사 등 상급자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담은 조사 보고서를 이 장관에게 제출했다. 이 장관은 이를 결재했다.

그래픽=송윤혜

박 전 단장 변호인 등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1사단장의 일반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임 사단장이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장병들이 물가에서 수색하는 모습을 봤음에도 안전 대책 조치보다는 복장이나 경례 등만 강조해 결과적으로 채 상병의 사망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사단장은 참모에게 해병대 수색 활동 보도 내용을 보고받은 뒤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졌구나. 현장 미담도 있던데”라며 “이번 주 이후로는 부정적 시각도 언론에서 찾을 텐데 잘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안전 조치 관련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얼마나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지가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수색이 위험하다는 보고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단장이 이를 누락시켰다거나 ‘한시가 급하니 안전 조치를 생략하고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물증이 나와야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채 상병 사망 사건은 민간 경찰에 넘기게 돼있는데 해병대 수사단에서 각종 혐의를 확정된 것처럼 적용해 넘기면 법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만 정리해 경찰에 넘기라는 국방부 지시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 경력 20년이 넘은 한 법조인은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은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며 “사단장 등 지휘부가 책임진다면 초급 간부는 제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명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아무리 봐도 과도하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는 지시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를 따져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장관이 해병대 사령관과 수사단장에게 보고받을 때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법률 전문가들을 배석시켰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명 전원에 대한 과실치사 적용이 법적으로 무리한 판단이라는 것을 장관 선에서 미리 걸러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결재한 뒤 하루 만에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의혹과 파장은 더 커졌다. 박정훈 대령 측도 국방장관 결재 이후 군 지휘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박 대령의 법률 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4일 국방부 검찰단에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이후 군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박 대령은 군검찰 수사를 거부하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의 기관에서 수사받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박 전 단장은 자신과 관련된 군 기강 사건을 정치 사건화함으로써 군과 국가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자신은 야권의 정치적 노리개로 전락했다”며 “이제라도 평소의 군인다운 군인으로 돌아와 당당히 정도를 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