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은 27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하자 이를 감추려고 자행된 성격이 강했다. 잘못된 처방에 근거해 대책을 발표한 뒤 의도한 효과가 나오지 않자, 청와대가 국토교통부와 통계 생산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을 닦달해 집값 상승률 수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정책을 바꾸는 대신 ‘숫자 조작’으로 집값이 안정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한 셈이다.

감사원의 감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월 넷째 주, 국토부에서 서울 주간 아파트 값 통계 사전 예측치를 보고받은 당시 청와대는 양천구 아파트 값이 1.32% 오른 것을 보고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고 질책했다. 양천구는 목동 아파트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이 급등하던 중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위에서 얘기하는데 방어가 안 된다”며 재점검을 요구했고, 결국 최종 공개된 통계에서 양천구 아파트 값 상승률은 0.89%로 낮아졌다.

2019년 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집값이 꿈틀대자 정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 대책’을 내놨다. 대책 발표 후 청와대는 국토부에 “언제쯤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 같냐”고 물으며 통계 조작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대책 이후 실거래만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호가를 통계에서 배제해 집값 상승 폭이 작아 보이도록 요구한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이후 규제가 잠깐 효과를 발휘해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중저가 주택으로 주택 수요가 옮겨 가면서 강북과 경기도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 지역들의 집값이 오르자 다시 강남의 집값도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2020년 상반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집값이 전방위적으로 오르자 정부는 6·17, 7·10 두 번의 대책을 통해 규제 지역 확대, 종합부동산세·취득세 인상, 실거주 의무 강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규제를 쏟아냈다. 하지만 7·10 발표 전 0.11%였던 서울 아파트 값 상승 폭이 발표 후 0.12%(예측치)로 오히려 커지자 청와대는 “주정과장(주택정책과장)은 뭐 하는 거냐”고 국토부를 질타했다. 주택정책과장은 부동산 통계를 담당하는 자리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압박했고, 부동산원은 최종 상승률을 0.09%로 낮췄다.

이렇게 잘못 생산된 통계는 장관들의 입을 통해 확산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11%”라는 답변으로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