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처리된 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영장 심사를 통해 구속 여부가 결정되지만 체포안 가결만으로 이 대표의 지도력은 치명상을 입었고 민주당은 내분의 격랑에 빠지게 됐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 조정식 사무총장은 체포안 가결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95명 중 가결 149표, 부결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반란표가 최소 29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첫 번째 체포 동의안 표결과 비교할 때 가결표가 10표 늘어났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초 부결을 예상하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대표는 이날로 22일째 단식하며 지지층이 결집했고, 전날에는 의원들에게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 투표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스스로 한 대국민 약속(불체포특권 포기)까지 파기하며 ‘방탄’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극성 지지층에 기대는 ‘팬덤 정치’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살펴야 하는 야당 의원들의 반란표 앞에 역풍을 맞았다.
구속 기로에 선 이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본인 살자고 당을 수렁에 몰아넣은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어떤 선택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각자 고민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명 지도부 인사는 “정치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돼 이 대표가 업무에 복귀하면 이 위기 상황을 단번에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친명 진영은 ‘반란표’ 색출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비주류 진영은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의원총회에서는 체포안 가결과 관련해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로 책임지라”는 요구가 분출했다. “국민의힘과 손잡고 대표를 팔아넘겼다” “협잡꾼” “배신자” 등 주류 측의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