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 업무가 내년 1월 1일부터 국정원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관되지만, 경찰 내부적으로도 아직 대공 수사 역량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22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대공수사 관련 3개 과제가 모두 ‘다소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탈북민 보호 강화’와 ‘안보수사 활동 강화’는 다소 미흡, ‘안보정보 수집’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각 과제를 ‘매우 우수’부터 ‘부진’까지 7개 등급으로 평가했는데, 대공수사 관련 과제는 모두 5~6 등급에 머무른 것이다.
이 세 과제는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 위한 준비 작업들이다. 통일부와 협업해 탈북민 안전지원팀을 신설하거나, 안보수사 경력·전문성을 검증받은 수사관을 선발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이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미치는 기대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올 2월 작성됐는데, 수사권 이관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아직 대공수사 역량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미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국정원과 경찰로부터 대공 수사권 이관 문제와 관련한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추가 보고를 받기로 한 바 있다.
이런 준비 부족은 대공수사를 등한시했던 문재인 정부의 영향이 크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했을 뿐만 아니라 안보경찰 인력, 특히 안보 수사 인력을 20% 넘게 줄인 여파를 회복하지 못한 영향이다. 현 정부 들어와 다시 늘렸지만 지난해 안보경찰 2184명 가운데 수사 인력은 575명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정 의원은 “대공수사권 이전에 따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조직 역량을 신속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경찰 나름대로 작년 9월 안보수사 경력·전문성 및 성과를 검증받은 수사관들 중에서 추린 ‘전임 안보수사관’ 36명을 선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정원이 60여년간 쌓은 네트워크와 정보역량 등이 온전히 대체되거나 이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한편 경찰의 52개 관리 과제 중 ‘우수’ 이상의 항목은 11개 불과했고 미흡 이하는 10개였다. 지난해 핼러윈 참사로 인해 ‘국민안전 수호’ 과제는 최하 등급인 ‘부진’ 평가를 받았다. 수사구조개혁 또한 부진 평가를 받았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오히려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대응 및 피해자 중심 수사활동 강화’는 다소 미흡 평가를 받았다. 신당역 스토킹 보복 사건 등의 영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는 안보전문가의 참여 아래 개정법 시행 준비상황을 점검한 것이 아닌 매년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경찰청 자체 성과평가로 개정법 시행 대비 경찰의 준비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