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1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 열린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 강연 및 토론회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21/뉴스1

키 190㎝ 넘는 거구에 파란 눈. 외양은 서양인인데, 인요한(64)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자서전 제목처럼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다. 그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여당을 비판하고 달래가며 혁신위의 지난 한 달간 여정을 지휘해 왔다. 의원 111명 중 절반이 넘는 56명이 영남권 지역구인 국민의힘에선 낯선 풍경이다.

호남 토속어를 쓰는 백인 혁신위원장의 등장은 관례처럼 해오던 여의도 정쟁의 힘을 뺐다. 인 위원장의 전라도 사투리가 기존 정치인들의 문법인 ‘여의도 사투리’를 덮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을 만나려고 부산까지 찾아온 인 위원장을 향해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 부르며 영어로 말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이 전 대표의 명분에도 금이 갔다. 인 위원장은 전라도 사투리로 심경을 전했다. “거시기한 것은, 외국인 취급해서 조금 섭섭했어요.” 혁신위가 출범 초기 친윤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제안했다가 당사자들의 역공에 시달리자 “아이고, 기회를 좀 주소”라며 불을 끈 것도 인 위원장의 사투리였다.

그의 사투리는 옛 시골 냄새가 물씬 난다. “온돌방 아랫목에서 지식과 도덕을 배웠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여보, 동생” 같은 호칭도 즐겨 쓴다. 뉴스 앵커에게 “좋은 면을 좀 보소. 오늘 동생한테 하나 가르쳐주고 가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에겐 “여보, (혁신위에) 들어와”라고 손을 내밀었다.

‘인요한 혁신위’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침체돼 있던 당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분석에는 여의도 정가가 대체로 동의한다. 당 관계자는 “좌우 어디서도 흠잡을 만한 구석이 없어 내년 총선에서 선대본부장 같은 중책을 맡아도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