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외설(外說)’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이스라엘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서 27일(현지 시각) 한 팔레스타인 시위자가 불타는 타이어 앞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 대북 공작 활동을 하는 이스라엘 기관은 모사드가 아닙니다. ‘샤바크’ 또는 ‘신베트’라 불리는 기관이 따로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히브리어로 ‘쉐루트 하비타콘 하크랄리(שירות הביטחון הכללי)’인데, 세 단어 ‘쉐(SH)’ ‘비(B)’ ‘크(K)’의 앞글자만 딴 약어가 ‘샤바크(ShaBaK)’입니다.

이것보다 더 짧게 앞의 두 단어에서 각 초성 알파벳인 ‘쉰(Shin)’과 ‘베트(Bet)’만 딴 게 ‘쉰베트입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는 ‘샤바크’로 더 잘 불리지만, 한국이나 외국에서는 ‘신베트’로 알려져있습니다.

신베트 로고. '보이지 않는 방패'라는 뜻의 히브리어가 쓰여있다. /신베트

모사드는 대외 첩보부 역할을 하지만 신베트는 대내 정보 및 공안 수사·작전을 맡습니다. 법 개정으로 우리 국정원은 국내 정보 활동은 더는 못하게 됐지만, 대공 수사는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올해 12월 31일까지만 가능하고 내년부터는 할 수 없지만요. 여튼 이렇게 국정원의 대공 수사, 대북 정보, 대북 작전 등과 같은 일을 주로 하는 기관은 모사드가 아니라 신베트입니다.

이 신베트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우리 국정원의 난맥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대(對)하마스 첩보·수사기관

27일(현지 시각)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신베트의 모토는 히브리어로 ‘매간 베로 예라에(וְלֹא יֵרָאֶה)’, 즉 ‘보이지 않는 방패’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테러 등 적의 공격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미입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원훈과 닮았습니다. 참고로 모사드의 모토는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라는 구약 잠언 11장 14절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1인당 GDP가 5만 2000달러인 이스라엘인 지난 10월 7일 준군사조직인 하마스의 기습전에 치명타를 입어 수많은 민간인을 잃고 국제적 비난 속에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진 걸 생각하면 참으로 이 구절, 틀린 것 하나 없이 애절하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신베트는 가자 지구, 웨스트뱅크 등에서 활동하는 하마스와 같은 무장단체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며 테러 징후를 찾아내 사전에 무력화하는 일 등을 합니다. 총리, 대통령, 국회의장 등 이스라엘 주요 인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이들의 몫입니다.

모사드는 첩보력을 앞세워 적진의 심장인 이란 테헤란 한복판에서 암살 대상자의 위치를 특정해 오토바이 기습 공격 같은 작전을 했는데요. 신베트도 뛰어난 첩보력으로 세계 정보기관을 여러 차례 놀라게 한 적이 많습니다.

다만 그것이 이스라엘 내부 관련이기 때문에 외부에는 덜 알려졌을 뿐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사실 모사드보다 신베트가 더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대상이기에 훨씬 무섭고 밉습니다.

신베트는 ‘두더지(이중 첩자)’를 심는 능력, 적 주요 인사를 포섭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휴민트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녹색 왕자’ 작전이 대표적입니다.

◇하마스 지도자의 아들이 포섭되다

하마스 지도자의 아들이 쓴 자서전 '하마스의 아들'. 2015년 예루살렘 특파원하던 시절 읽었던 책을 2023년 다시 꺼냈다. /노석조 기자

서재에서 ‘하마스의 아들(Son of HAMAS)’라는 외서를 꺼냈습니다. 2015~2017 예루살렘 특파원 시절 읽었던 책인데 오랜만에서 다시 폈습니다.

하마스의 아들은 하마스의 공동 창립자인 셰이크 하산 유수프(68)의 아들이 신베트에 포섭돼 이른바 ‘프락치’로서 하마스의 각종 정보를 이스라엘 측에 제공해준 스토리에 대한 것입니다. 하마스의 상징색이 녹색이기 때문에 이 조직 리더의 아들을 ‘녹색 왕자’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당사자인 모삽 하산 유수프가 어쩌다 하마스의 적통으로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영웅이 되는 길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협조자가 됐는지에 대해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고 난 뒤에 썼습니다. 2010년 출간했고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책이었습니다.

모삽은 하마스 리더의 아들로 하마스에서 커 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차를 타고 이동하다 이스라엘 군에 잡혀 구치소에 며칠 들어갔다 나오길 밥 먹듯 하면서 증오심을 키웠습니다. 10대 청소년이었던 그에게 이유 없이 몸수색을 하고 힘으로 누르는 이스라엘 군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그의 아버지인 셰이프 하산은 이스라엘 군에 체포돼 고문당하고 긴 수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는 어린 나이였지만 하마스의 전사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1995년 연말 겨울 아버지 교도소 면회를 마치고 나와 무기를 구하러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할 총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무기를 구하고 다니는 행적은 신베트의 첩보망을 통해 감시되고 있었습니다.

오래가지 않아 신베트는 1966년 당시 열여덟은 그를 검거해 교도소에 처넣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불심 검문에 걸려 구치소를 가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그는 불법 무기 거래라는 분명한 범죄 혐의가 있었습니다.

이 교도소의 생활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꿨습니다. 6개월여간 지내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도 커졌지만, 무엇보다 교도소 내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하마스 대원들이 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얼마나 괴롭히는지를 목격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하마스를 고문하는 하마스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이즈 앗 딘 알 카삼' 깃발을 요르단 사람들이 흔들고 있는 모습. 하마스는 이집트 반미 반체제 이슬람 운동인 무슬림형제단을 뿌리로 하는데, 무슬림 형제단은 요르단에도 널리 퍼져 있다. /로이터 뉴스1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온건파 정당인 파타와 달리 강경 무력 투쟁으로 이스라엘에 맞서자는 정당이자 무장 단체였습니다. 이들은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런 사상을 믿게 하고자 노력했는데요.

자신의 대원들과 가족, 그리고 대원은 아니더라도 협조하는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했습니다. 관리라는 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미도 있었지만, 반대로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배신’ 행위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하마스의 고민은 하마스 대원과 협조자들이 신베트의 포섭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데 있었습니다. 하마스가 숨겨놓은 무기, 이스라엘 공격 계획이 유출돼 압수되고 사전 차단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에 하마스는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의 교도소에 ‘관리 요원’을 들여보내 교도소 안에서 하마스 대원 수감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감시하고 이들이 이스라엘의 꾐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교도소 안의 하마스 교도소’처럼 이들을 통제했습니다.

모삽은 이스라엘 교도소 생활을 하다 바로 이러한 하마스의 활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억울하게 이스라엘군에 잡혀온 팔레스타인 사람들, 하마스 대원들을 ‘하마스 관리요원’이 이스라엘보다 더 혹독하게 “너 불었어 안 불었어”라며 ‘고문’해서 점수를 매겼습니다.

그리고 임의를 평가해서 이스라엘 교도소 안에서 그를 죽여버리거나 교도소 밖의 그의 가족들을 괴롭히고 불명예를 안 겼습니다. “이스라엘이 주는 닭고기 수프에 눈이 멀어 조직을 팔아넘긴 유대인의 앞잡이”라는 식으로 소문을 퍼트린 것이죠.

이런 불명예 소문이 퍼지만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그 집에 돌을 던지고 거리를 두며 이들 가정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듭니다.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거지요. 어떨 때는 동네 주민들이 이들을 폭행하기도 합니다.

모삽은 그런데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 한 가정을 일순간에 풍비박산 내는 일을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끼리 벌이는 것을 보고 더 자괴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교도소 안에서 하마스 관리요원은 밤마다 몰래 하마스 수감자의 손톱에 바늘을 꽂고 오늘 이스라엘에 무슨 이야기 했느냐며 고문하고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유력 인사의 아들이기에 모삽은 이런 대우를 받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동료들이 어이없이 당하는 모습에 하마스 사회에 환멸을 느껴 오히려 이스라엘에 협조해 하마스의 부당한 행태를 막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책에서 그가 쓴 바에 따르면, 1993~1996년 하마스는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총 1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이스라엘 협조 의심자로 조사했다고 하는데요, 이 가운데 16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됐다고 합니다.

신베트는 모삽이 이런 고민에 빠진 것을 알고 영악하게도 이 부분을 파고들며 그를 자신들의 충실한 ‘협조자’로 만들었습니다.

신베트는 그가 출소된 이후 하마스 내에서 ‘협조자’로 의심받지 않도록 신중히 관리하며 그로부터 하마스의 최신 정보, 특히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계획하는 자살 폭탄 테러 등 각종 공격 계획을 빼내 사전 차단하고 관련자를 검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1997년부터 미국으로 ‘망명’할 때까지인 2007년까지 10여년간 하마스 유력 지도자의 아들을 ‘내 사람’으로 두고 첩보 활동을 했으니, 신베트의 휴민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신베트는 모삽보다도 더 요긴한 정보원을 아주 많이 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모삽은 ‘신베트의 스파이’ 생활을 3년 가까이했을 무렵인 1999~2000년 영국인 선교사를 만나 무슬림에서 기독교인으로 개종까지 하는 또 한 번의 ‘일탈’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 샌디에이고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루한 도·감청에 무료해진 첩보원들

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 /로이터 뉴스1

10·7 하마스 기습전 때 많은 언론이 모사드의 정보 실패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모사드보다 신베트의 정보 실패가 더 뼈아팠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가 무엇을 하는지 낱낱이 파악하고 이들의 사전 공격 징후를 포착해야 할 당사자는 군 정보기관 ‘아만’과 함께 신베트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걸 이번에 제대로 못 했고, 당했습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과 연구소, 그리고 저의 이스라엘 정보원 등에 따르면, 이번 정보 실패의 원인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원인처럼 뭐 하나 딱 꼬집을 수 없이 작은 부품상의 문제부터 조종사의 심리 상태, 비행 당시의 날씨 등 여러 가지가 뒤엉켜 있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신베트의 ‘휴민트’가 많이 무너져 있었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신베트는 이스라엘 도·감청 첩보부대 쉬모네 메타임(8200부대)의 시긴트(SIGINT)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졌습니다.”

“여러 계층의 수많은 정보원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담배 연기 서로 품어내며 듣고 받아 적어 정리하고 머리 싸매고 고민해서 분석하는 정보 활동은 갈수록 ‘옛날 스타일’이 됐고 뒤로 밀려났습니다.”

“정보원들이 평소 말을 잘하다가 일제히 말을 아끼는 때가 오는데 이런 것도 ‘뭐가 있구나’하는 저 밑의 기류를 캐치해내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기계 정보, 첨단 장비를 통한 정보에 치중하다 보니 숨소리 나는 살아있는 정보에 대한 신베트 요원들의 기민함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8200부대도 자신들의 뛰어난 도·감청 기술력에 우쭐한 것도 잠시 너무 많은 도·감청 정보를 장기간 다루다 보니 ‘정보에 대한 소중함’에 무뎌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첩보의 홍수 속에 뭐가 진짜 첩보인지 요긴한 정보가 되는지 분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를 판결해내는 인간의 능력은 느려 따라갈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하마스 기습 때도 8200부대는 시긴트로 하마스의 공격 동향 관련 도·감청을 했다고는 하는데 이것이 ‘결정적’인지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얘들이 ‘이스라엘 다 죽여버리자’ ‘지금이라도 쳐들어가자’ ‘로켓 다 퍼부어버리자’ 이런 말을 백번 하더라도 그것이 빈말인지 정말 감행할 뜻으로 하는 것인지 모른다면 다 헛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국정원이었다면 ‘하마스 아들’ 10년 관리했을까

하마스 공동창립자의 장남 모삽 하산 유수프. /유튜브

남 얘기를 많이 했지만, 정말 심각한 건 우리 국정원이라는 말이 요새 많이 들립니다. 외풍을 타지 않아야 할 정보기관이 우리나라에서는 어찌 가장 정치적 외풍을 많이 타는 조직이 됐습니다.

지향하는 건 ‘정치 신경 쓰지 말자, 쓰면 안 된다’인데 실제로는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더 외풍에 취약한 조직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원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보다 길게 7년으로 법으로 못 박거나, 인사권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는 식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튼튼히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거친 광야의 천막 사무실처럼 외로이 서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권력의 입김은 고스란히 받고, 어디다가 속시원히 말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은 정권이 5년마다 바뀔 때 만신창이가 되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오로지 ‘미션’에 집중해야 할 직원들이 일반 정부부처 관리처럼 당장 주어진 작은 일에 성실한 일명 ‘범생이’가 되거나 손발에 군살 잡히지 않은 이빨·손톱 빠진 사냥개가 돼 버렸다는 것입니다.

모삽의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모삽은 1996년 교도소 수감 때 포섭이 돼 출소 후 본격적으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안팎의 기간 ‘정보원’으로 쓰임 받았습니다. 중요한 건 모삽이 문제없이 미국으로 망명해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국정원이 모삽을 관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정권이 중간에 바뀌어 정책 기조가 바뀌어 당장 모삽을 오랫동안 관리해온 담당자가 엉뚱한 부서로 발령날 것입니다. 새로 온 담당자가 더 뛰어나면 다행이지만 그는 사실 모삽에 대해 잘 모르고 그에게 별 애착이 없는데다, 살펴보니 그가 이제 더는 쓸모도 없다고 판단됩니다.

게다가 새 담당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전임자와 다릅니다. 이런 첩보전으로 하마스를 바꿔보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줄이고, 모삽은 어느 순간 신베트가 자신을 다루는 정성이 달라졌다고 느껴지며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런 모삽과 같은 케이스가 하나둘 쌓여가고 그것이 장기화합니다. 휴민트 네트워킹은 약화하고, 그 소문은 하마스 내에도 퍼져 더는 신베트에 인생을 걸고 협조자가 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길어야 5년 이내가 될 ‘단기 투자’에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따져보면 모삽이 10년간 충실히 신베트의 협조자로 활동하고 무사히 이를 마치고 망명까지 성공적으로 한 것은 신베트가 얼마나 안정적인 기관이었나를 말해줍니다. 신베트의 수장이 그 사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밑의 손발은 문제없이 돌아갔습니다.

과연 우리 국정원은 그런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답은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지난 20여년간 국정원이 어땠는지만 짚어봐도 고개를 가로저어집니다.

원훈석이 초등학생 이[齒] 빠지듯 툭 하면 빠지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를 그리도 싫어했던 정치인이 국정원의 수장에 앉아 조직을 주르는 촌극이 벌어지고, 첩보의 첩도 모르는 행정 관료가 오만하게 조직을 이끄는 일들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벌어졌습니다.

국정원 원훈석.

이제는 원장과 간부들이 싸우고, 파벌이 생겨서 서로 흉을 보고 그걸 시중에 퍼트리는 웃지 못할 일도 최근 벌어졌습니다.

조직이 이런데 어떻게 손에 땀을 쥐는 첩보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으며, 이 사정의 조직에 어떻게 김정은의 비밀을 ‘조국 통일을 위한다’는 식의 소위 대의로 건넬 수 있겠습니까.

특히나 논란의 법 개정으로 올 연말이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없어지는 국정원으로서는 최대 변환기에 놓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나라 걱정하는 어른들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사회를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는 북한의 능구렁이 김영철 통일전선부 고문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듯합니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답답함으로 이만 외설을 줄입니다. 뉴스레터 외설 독자 여러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미국 시애틀에 잠시 출장 와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외설’로 찾아뵙겠습니다.

☞뉴스레터 ‘외설(外說)’은

미번역 외서(外書)나 논문을 읽고 이야기[說] 해 드리는 국내 유일의 뉴스레터입니다. 일주일에 최소 1번(매주 수요일) 외설을 전하고 있습니다. 번역서는 이미 국내 수많은 신문 기자들이 한국어로 읽고 서평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기자들이 하지 않은 부분을 책임지려 합니다.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받아보시려면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로들어가셔서 이메일을 남겨주시거나 제 이메일 stonebird@chosun.com이나 휴대폰번호 010-2922-0913에 여러분의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지난 ‘외설’ 다시 보기]

●4500년 전에도 인류 괴롭힌 감기…이집트 상형문자로 기록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11/22/CF6WGM2YBRETVKKV37IEV3NJFA/

●하마스는 ‘이집트판 주사파’의 팔레스타인 ‘프락치’였다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3/11/14/XCQXI72HXND67CEHIH6P7VBRIM/

뉴스레터 ‘외설(外說)’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