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3일 고위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는 법 개정 사항이라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2021년 1월 시행된 이 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 또는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형사처벌한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기업도 적용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법 적용이 확대되기엔 무리가 크다는 현장 목소리가 높다”며 “유예 기간을 더 주면서 지원을 강화하는 등 ‘투 트랙’으로 해야겠다”고 했다. 현재 여당은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도 ‘50인 미만 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에 대해 조건부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부가 유예 기간 동안 일을 처리하지 않은 데 사과하고, 향후 2년간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구체적 계획을 갖고 오길 바란다”며 “2년 연장 후에는 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는 것에 대해 경제 단체의 확실한 약속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향후 분기별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계약 현실을 개선하겠다며 중소기업 공동교섭권을 보장하는 법안도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와 묶어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으로 대기업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 법은 기업들의 담합을 막는 공정거래법과 충돌의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반대 입장이다.
이날 당정은 또 당초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늘봄학교’(방과 후 돌봄)를 초등학교 1학년에 한해서 내년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학생들이 방과 후에 학교에 머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맞벌이 부부와 자녀들이 ‘돌봄 절벽’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는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 돌봄 부담 경감, 초등학생 교육 격차 완화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2024년부터 늘봄학교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부는 우선 자녀 초등학교 입학 시기 여성 경력 단절 현상을 해소하고 신입생의 학교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초등학교 1학년 대상 프로그램(초1 에듀케어)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한 대학, 기업, 공공기관 등의 참여를 활성화해 프로그램 공급처를 확대하고, 학생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당은 학교 현장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기존 학교 업무와 늘봄학교를 분리하고 이를 위한 전담 인력을 확보할 것을 적극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교사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늘봄학교 추진계획’을 이달 중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