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집무실 책상에 놓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를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방송 대담은 지난 4일 대통령실에서 사전 촬영돼 7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KBS 1TV를 통해 방영됐다. 대통령실은 설 연휴를 앞두고 국정 운영 방향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 대신 방송사와 사전 녹화 대담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앵커 한 명과 진행한 대담에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제외하면 민감한 질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장범 KBS 앵커는 “최근 많은 논란이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쪼만한 백이죠”라는 말을 사용했다. ‘명품 가방’이라는 용어 대신 외국 회사, 파우치로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박 앵커는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긴장 관계에 대해 질문하면서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그 이후 곧장 서천 화재 현장에서 한 위원장과 만나는 모습이 보도됐고 그 이후 (한 위원장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합된 거다. 2차전이 남아 있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데 한 위원장 잘하고 있는 것 같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사퇴를 직접 요구했는지’가 정치권의 핵심 관심사였지만, 질문은 ‘한 위원장 평가’에 머물렀다. 정치권에선 “KBS 사장 인사권자가 대통령인데 민감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수사했던 ‘사법 농단’ 사건 1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한 질문도 없었다. 현 정부의 최대 인명 사고가 발생한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직접적 질문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 앵커와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실, 외국 정상 선물 전시 공간을 걸으며 각각의 장소를 소개했다. 취임 초 도어스테핑을 했던 1층 로비에선 “대통령과 국민 사이 메시지 소통에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도 많아 60회 하고 일단 중단했다”며 “언론과 접할 기회를 종종 만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기자회견을 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정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