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2월 14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했다. 그날 유 전 본부장은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며 “껍데기밖에 안 남은 이재명이 여러분들이 주신 표로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을 더 이상 못 보겠어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재명보다는 능력이 있고 양심이 있다”며 “최소한 지은 죄를 인정하고 그 멍에를 남은 인생에 두고두고 지고 갈 결심을 한 자”라고 말했다. 원래 계양을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 중인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로 이 대표는 이곳에서 보궐선거로 당선됐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이번 출마 목적 중 하나가 이 대표 저격이다.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개발비리’ 관련 재판에서 각각 증인과 피고인으로 맞붙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공판에선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자 재판부가 제지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성남 수정에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는 장영하 변호사를 단수 공천해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양을에 출마해 ‘명룡대전’의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표 우세 속에 원 전 장관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만약 유 전 본부장이 여론조사 5% 지지를 확보하면 원희룡, 이재명, 유동규 ‘3자 토론’이 불가피해 이 대표로서는 큰 타격이 된다.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얻으면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토론회에 참석할 자격이 생긴다. 벌써 이 대표가 민주당 공천을 마치고 전국 지원을 명분으로 비례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월 27일 지역구 사무실 문을 열 것”이라며 “교통문제를 확실히 해결해 인천의 변방을 서울의 관문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박촌역과 대장역을 연결해 지하철을 편리하게 만들고, 김포공항에 좀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도로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방탄을 위해, 송영길은 자기 출세를 위해 (자리를) 썼지 지역 발전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부패한 이재명은 이제 끝내야 한다”
자유통일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기꾼이 사기 치고 있는데 보고만 있으면 사기방조 아닌가”라며 “이 시대의 어젠다인 ‘정의’에 제일 합당한 정당이 ‘자유통일당’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 정치인들이 사라지는 것이 ‘정의’다”라며 “부패한 이재명은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했다. 또 “자유통일당이 ‘극우’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국가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왜 극우인가”라며 “전 목사를 찾아가니 ‘당신은 회개했으니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전 목사는 국가를 해치거나 폭력으로 무엇을 하려 한 적이 없다”며 “항상 평화 집회를 했는데, 태극기 집회를 하면 극우인가”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 출마가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선거 구도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를 원희룡 전 장관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유 전 본부장이 보수표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수 진영의 우려에 대해서 “내가 1등을 하거나 원 전 장관이 1등 하면 완주하지만, 만약 이재명 대표가 1등을 유지하면 그냥 (원 전 장관) ‘지지선언’하고 나오겠다”고 밝혔다.
과거 강용석 변호사가 경기지사 출마를 할 때처럼 ‘단일화 협상’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원희룡 전 장관 당선을 위해 ‘지지선언’하겠다는 의미다. 일단 선거에 발을 들인 이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이미 사용한 선거비 보전 문제가 크다. 이번의 경우 자유통일당 입당으로 이러한 부담이 적어져 선거비를 고민하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1%에서 시작해서 당선됐다”며 “계양 발전을 포기한 정치꾼 이재명을 뽑지 말고 지역을 발전시킬 유동규를 선택해 달라”면서 당장은 선거운동을 본격화할 입장임을 밝혔다.
유동규 5% 넘어 3자 토론 성사될지 촉각
일단 관심은 이재명 저격수 유 전 본부장의 등판이지만 벌써 정치권은 자유통일당의 여의도 입성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총선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 3%를 넘기면 2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통일당 관계자는 “이미 여론조사 3%를 넘겼고 목표는 10%다”라고 밝혔다.
자유통일당이 10% 목표를 설정한 것은 유 전 본부장 출마로 인한 홍보 효과와 더불어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외연 확장 정책을 ‘좌클릭’이라고 생각하는 보수층이 상당하다는 계산이 작용한다. 지역 의원은 국민의힘을 찍어도 비례는 자유통일당을 선택할 보수층이 꽤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유통일당 한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는 비례에 출마하지 않는다”라며 “확실하게 국민의힘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번에 여성 의사를 배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의료대란’ 사태를 겨냥해 외교 안보는 윤석열 정권과 함께하지만 사회 정책은 차별화해 “국민의힘 2중대가 아니라, 우리가 정통보수다”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만약 유 전 본부장이 지역에서 여론조사 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원희룡·이재명 후보와 함께 하는 3자 토론회가 성사된다.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집중공격하는 과정에서 정당 지지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14일 출마를 선언하며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라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요구받는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토론에 나가면 할 말이 굉장히 많다. (이 대표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어떻게 말하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여기에 이재명 측 지지세력인 ‘개딸(개혁의 딸)’과 자유통일당 ‘태극기세력’이 인천 계양을로 몰려가면 그 자체가 큰 화제가 될 수도 있다. 흥행이 되면서 양측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자유통일당 지지자들은 그간 극우로 비난받았던 과거에 대해 “태극기를 폄하하지 말라”며 반발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결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