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부영그룹처럼 기업이 근로자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을 때 기업과 근로자의 세 부담을 없애기 위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청년 맞벌이 부부 청약 시 소득 기준을 완화하거나 한부모 가족 양육비를 국가가 선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청년층의 결혼·출산 부담을 낮추고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을 주제로 17번째 민생 토론회를 개최하고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 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많은 근로자가 혜택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에서 시원하게 양보해 줬다”고 했다.
최근 부영그룹과 사모 펀드 운용사 IMM이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최대 1억여 원을 출산·육아 지원금으로 지급했지만, 이 지원금에 부과되는 3000만~4000만원대의 근로소득세나 증여·법인세 등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이를 낳은 후 2년 안에 직장에서 받은 출산 지원금에 대해 소득세를 전부 감면해 주기로 했다. 아이 한 명당 2번까지는 지원금을 받아 소득이 늘어나도 세금을 전혀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산 지원금 액수 상한선은 따로 두지 않았다. 또 올해에 한해서는 2021년에 태어난 자녀를 대상으로 올해 지급한 출산 지원금에 대해서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미 출산 지원금을 지급한 기업들에도 혜택이 될 수 있도록 올해 1월 1일부터 지급된 출산 지원금에 대해 소급 적용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5월 출범하는 국회가 소득세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는 연평균 급여가 5000만원인 직원이 아이를 낳아 출산 지원금 1억원을 받으면, 과세표준에 따라 총급여 1억5000만원에 대해 소득세와 지방세를 합쳐 약 4000만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비과세 조치가 시행되면 기존 급여 5000만원에 대한 세금 686만원만 내면 된다. 부영그룹의 한 직원은 토론회에서 “지원금 중 절반가량 되는 돈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당혹스러웠다”며 “출산 장려금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추가 ‘인건비’를 제공한 셈이 돼, 지급한 출산 지원금만큼을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덜게 된다. 다만 기업 소유주의 형제자매, 사촌 등 특수 관계자에 대해선 편법 증여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한부모 육아 청년들이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비양육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비양육자에게 환수하는 ‘한부모 가족 양육비 선지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윤 대통령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 많이 늘었다. 어려움을 겪는 청년 양육자들을 지금보다 두껍게 지원하겠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출산 가정과 청년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들을 집행하기로 했다. 지난 1월 말 출시된 신생아 특례 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 대출)에 대해 주택 구입·전세 자금을 최저 1%대에 대출해 준다. 또 청년 맞벌이 부부가 청약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결혼 전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했거나 청약 당첨 이력이 있어도 결혼 후 신혼·생애 최초 특공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지난달 출시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최대 연 4.5% 금리에 이자소득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다. 이 통장으로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 대금의 최대 80%를 2%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올해 청년 특공 등으로 청년층에 공공 분양 ‘뉴홈’ 6만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공급하고,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저리로 최장 40년간 대출해 주는 전용 모기지도 마련해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한다.
수도권과 교통이 편리한 우수 입지를 중심으로 공공 임대주택도 5만1000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 입지에 청년 맞춤형 주거 공간과 서비스를 결합한 청년 특화 공공 임대주택도 1000가구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이 정부 입장에서는 조금 투자하면 거기에 힘입어 훨씬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며 “투자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그야말로 돈 되는 장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모의 지위가 자녀에게 세습되는 사회를 지양하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기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부가) 청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첫 번째”라며 “특정 경쟁과 게임에서만의 공정이 아닌 그야말로 다이내믹한 공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BTS, 블랙핑크, 손흥민, 김하성, ‘페이커’ 이상혁 선수 등을 거명한 뒤 “뛰어난 우리 청년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국가와 정부의 책무”라고 했다. 이어 “청년들은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에 매몰되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바로 청년들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민생 토론회를 총선용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랫동안 문제가 있었던 지역을 찾아 그것을 구체적으로 해결해 드리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