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포함한 8·15 특별사면안을 재가했다. 정부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자의 사면·복권과 법적 균형을 맞추는 차원이라고 설명해 왔다.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친문 핵심인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이 회복됨에 따라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알려진 바와 같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결정된 것이기에 제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말씀드린 대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확전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김 전 지사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광복절 복권 대상자에 포함되자 반대한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했다고 한다. 이후 한 대표의 뜻이 주변 인사를 통해 알려졌고 여권에서는 당정 갈등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던 두 사람 관계가 ‘김경수 복권’으로 다시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반면 친한계는 ‘드루킹 여론 조작’으로 선거 제도를 파괴하고도 반성 없는 김 전 지사 복권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는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하고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복권과 관련해 ‘댓글 공작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흩뜨린 엄중한 범죄다’ ‘본인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도 있고 ‘여러 정치인 사면과 함께 국민 통합 차원에서 필요한 용단이었다’는 평가가 있다”며 “이런 목소리를 경청하며 통치권 차원에서 내린 결단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복권 당사자인 김경수 전 지사는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연말쯤 귀국할 예정인데, 정치권에서는 그가 귀국 이후 친문·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반응이 친문·비명계에서 나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경수’ 세 글자를 다시 한번 불러본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진작 이뤄졌어야 할 복권인데 대통령이 늦게나마 당 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정한 점을 평가한다”며 “더 단단하고 더 깊어진 김 전 지사의 역할을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했다.

당대표 재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도 환영 메시지를 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드루킹 일당의 허위 진술과 오염된 증거로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던 것에 대한 위안이 되길 바란다”며 “법정이 외면한 진실을 찾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지사 복귀의 영향을 평가절하하려는 반응도 친명계에서 나왔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 지지가 공고하기 때문에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오히려 친문과 통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복권으로 오히려 야권의 파이가 커지지 않겠나”라며 “결국 이 전 대표에게 좋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