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대화하며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를 끝으로 5박 6일간의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을 마치고 이날 저녁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라오스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각국 대표에게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EAS 기조연설에서 “오로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주민의 민생과 인권을 탄압하고, 핵으로 같은 민족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태 지역 전체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AS는 인·태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최고위급 전략 포럼으로,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등 18국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국인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와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포함해,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상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을 소개하고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고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세상을 널리 알리며, 한반도의 자유 평화 통일을 모색해나가는 길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둘의 밀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우리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연대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동북아 역내 현안과 관련해 “남중국해에서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얀마 내전과 관련해서는 EAS의 문제 해결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며 “즉각 폭력이 중단되고 모든 당사자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회의에서 북한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미얀마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EAS가 다뤄야 할 도전으로 꼽았다. 이시바 일본 총리도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핵·미사일 활동을 진전시키고,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국제적인 핵 비확산 체제의 수호를 위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0일 라오스 총리 주최 갈라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각별한 안부와 함께,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이어 연내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