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의시가운이 걸려있다. /뉴시스

의정(醫政) 갈등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 의료 단체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가 오는 11일 출범한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으로 의정 갈등이 불거진 뒤 약 9개월 만이다. 정치권은 지난 9월부터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구성을 위한 공개·비공개 논의를 이어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아직 협의체 참여에 미온적이라서 일단 민주당을 제외한 여·의·정 3자 협의체가 개문발차(開門發車)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시급한 민생은 없다. 11월 11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고자 한다”며 “모두 마주 앉아서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해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전공의 단체 등의 불참을 이유로 협의체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선 “모두 다 같이 함께 시작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처럼 민주당이 전제 조건을 강조하며 불참 입장을 고수한다면 의료 상황이 심각한 만큼 여·의·정 협의체만이라도 우선 출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애초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처음 제안했었다.

11일 출범하는 협의체에는 국민의힘과 정부, 의료계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의 참여가 확실해 보인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지난달 22일 협의체 참여 의사를 이미 밝혔다. 그로부터 2주가량 지났으나 추가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 단체는 없었다고 한다. 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나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의 중심축인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여전히 협의체 구성에 부정적이다. 이 단체들은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는 이상 협의체 참여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의료계 일각에선 의협의 비대위 체제 전환이 의정 갈등 해소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협은 오는 10일 임현택 현 의협 회장 불신임(탄핵) 및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 등을 표결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해 온 임 회장이 물러나면 전공의들도 의협과의 대화에 참여할 것이고, 통일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료계나 민주당이 추가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 함께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