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에선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김건희 여사나 명태균씨 논란만큼 주목받고 있다. 반한(反韓) 성향 유튜버가 “한동훈 대표와 그의 아내 등 일가(一家) 7명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난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고 주장하면서 이 논란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입력하는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한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자기가 쓴 게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당원톡’)은 원래 익명 게시판이다. 작성자의 이름은 ‘김**’ 식으로 성씨만 노출된다. 그런데 한 유튜버가 지난 5일 ‘작성자 검색’ 기능을 통해 한 대표와 그 가족 이름을 넣어 검색해봤더니 주로 윤 대통령 내외 등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다수 검색됐다고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이 2022년부터 운영해온 당원 게시판에 최근까지 올라온 글은 52만9000여 건인데, 이 중 한 대표와 그 일가 이름과 동명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은 1100여 건(전체 게시글의 0.2%) 정도라고 한다. ‘한동훈’으로 작성된 글은 작년 1월부터 지난 3일까지 총 201건이 올라왔다. 지난 총선 직후인 5월 올라온 “검사 때도 수사는 한동훈이 다함. 윤은 술만 먹음”, 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 직전 올라온 “건희(김건희 여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되(돼)”(7월 14일) 등이다. 다만 ‘한동훈’ 명의 글이 처음 올라온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대표는 당원 가입이 불가능한 공무원(법무부 장관) 신분이었다.
한 대표 가족들과 같은 이름으로 작성된 글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대표 아내 진모씨와 장인 진모씨와 같은 이름을 쓴 작성자들은 ‘김 여사 목에 방울 달기’(9월 21일) ‘김건희의 나라냐, 성난 민심 직시해야’(10월 19일) 등 언론 기사나 사설을 올렸다. 한 대표 장모, 모친, 누나, 딸 등과 같은 이름을 쓴 작성자들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한 대표를 지지하는 취지의 글을 주로 올렸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당원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일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 중에 한 대표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8명이 있었는데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 중에 한 대표와 같은 ‘1973년생 한동훈’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한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물과 관련해서는 한 대표 측에서 가타부타 대응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자 친윤계 일각에선 “한 대표가 밝히면 금방 해소될 문제”라면서 당무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당대표이다 보니 당 차원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칠 수 있었지만 한 대표 가족 명의로 된 당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글을 올렸는지 확인하는 건 현행법상 불가하다”고 했다. 정당법엔 범죄 수사를 위한 영장이 발부되거나 재판상 요구가 있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의 확인 요구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선 당원 명부를 열람·누설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런 정당법 조항 등을 들어 게시판에 글을 쓴 당원 신상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익명으로 처리된 당원 게시판 글이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당무감사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에는 한 대표를 비판·비난하는 글도 적잖다”라며 “정치인을 비난·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당원 신상의 열람·공개를 전제로 한 당무 감사가 바람직한지 정치적으로도 의문”이라고 했다. 일부 인사는 “가족이 썼다 해도 글에 불법적 내용이 없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친윤계에선 당원 게시판 글 작성 횟수 제한 조치가 실시된 9월 10일 이후 한 대표 가족 이름과 같은 작성자 명의의 게시물 건수가 급격히 늘었고,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여러 사람 명의로 여러 건 올라온 점 등을 들어 ‘여론 조작’ 행위가 벌어졌을 수 있다며 진상을 규명하자고 한다.
현재 이 사안은 한 단체가 ‘한동훈’이라는 성명의 작성자 등을 정보통신망법·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친한계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경찰은 13일 고발인 조사를 한 데 이어 최근 국민의힘에 당원 게시판 서버 자료를 보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경찰이 논란이 된 게시글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히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당원 명부를 확인해야 한다. 적용 혐의로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매크로 등을 이용해 게시글을 올리지 않은 이상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고, 명예훼손도 당사자(윤 대통령 부부)의 고소가 있어야 해 혐의 적용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