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에서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법률에 규정돼 있는 국회 몫 인사도 제때 추천하지 않아 각 기관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회가 직무유기 수준으로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국가 기관들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여야는 여전히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위원 5명이 정원임에도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방통위법에는 방통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는 국회(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가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여야는 작년 8월부터 국회 몫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3월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의원(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은 뒤로 여야 간에 극한 대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민주당 주도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탄핵소추돼 그의 직무는 정지됐고, 김태규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방통위 업무를 혼자 처리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되기 직전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6명)와 KBS(7명)의 신임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한 게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이사진의 임명 효력 여부에 대한 법정 다툼이 현재 진행 중이다.
본래 9명으로 구성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현재 3인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 추천 몫 위원 3명은 지난 7월 새로 위촉됐지만 국회 몫(국회의장 추천 3명,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천 3명) 후임 위원 추천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심위원 3명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방심위는 현재 3명으로 시간을 쪼개가며 방대한 양의 심의를 해내고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국회에서 여야가 2명씩 4명을 선출하고, 대법원장 지명 3명, 대통령 지명 4명 등 총 11명의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서로 추천한 인권위원을 선출하기로 합의해놓고, 실제 표결에서 여당 추천 몫 위원은 부결되고 야당 추천 몫 위원만 통과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여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야당 추천 몫 인권위원도 임명하지 않아 여전히 위원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작년 2월에도 국회 본회의에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7명 선출안을 표결에 부쳤다가 여당 추천 위원이 부결되면서 국회가 파행을 빚기도 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이 지난달 17일 임기 종료로 퇴임한 후, 국회가 현재까지 후임자 선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추천해야 할 몫이 있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도 여야 이견으로 인해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장기간 공석인 상황이다. 다만 여야는 조만간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나 특별감찰관 후보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국회 몫 추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