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성명 및 문건 서명식에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 성 명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날 한국을 공식 방문한 자파로프 대통령을 맞이해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협력 확대·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자파로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간 양해각서(MOU)와 협력각서(MOC), 기본협정 등 문서 10건의 서명식도 진행됐다.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과 같은 공동의 가치와 원칙을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양국과 양 국민의 공동 발전과 번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 성명에서 키르기스스탄은 “한국 최초의 중앙아시아 전략인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K실크로드 구상은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 이어 지난 6월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으로, 한국의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 등 잠재 역량을 접목해 새로운 발전·협력 모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양국은 “이 구상의 이행과 함께, 이 구상의 틀 내에서 2025년에 개최될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의 준비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무역·투자 촉진 프레임워크(TIPF)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양국 무역·투자 진흥 기관 간에도 협력 MOU를 체결해, 경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양국 간 이중과세 방지 협정도 최신 국제 기준에 맞게 재정비됐다.

양국 정부는 에너지 분야 및 핵심 광물 협력 MOU도 체결해, 에너지와 공급망 분야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국토의 90%가 산악지대인 키르기스스탄은 전력 발전량 대부분을 수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고, 배터리 소재인 안티모니 등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제 협력 확대를 통해 한국 기업이 키르기스스탄 내 수력 발전소 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 정부는 ‘기후 변화 협력을 위한 기본 협정’에도 서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협정을 바탕으로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나무를 심어주는 등의 사업을 하면, 한국이 그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있고, 국제 감축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키르기스스탄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촉구에도 동참했다.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북한이 유엔 헌장 및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은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과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위한 ‘8·15 통일 독트린’을 지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