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 발표하는 韓총리·韓대표 -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여당의 기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곧바로 “위헌·위법적 계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여권에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압박했고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임기를 포함한 향후 정국 안정 방안은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소추 반대’를 결정해 그날 오후 의원 105명이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폐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윤 대통령 입건 등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탄핵 반대 당론’ 유지 여부,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시점을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국정 안정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8일 “탄핵의 경우는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진영의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탄핵보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인 상태고, 헌재가 탄핵 심판을 하는 과정에서 국민들도 탄핵 찬성·반대로 나뉘어 극심한 진영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픽=양진경

여당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경우, 정권 재창출은 물론이고 보수 진영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친한·친윤계 양쪽 모두에서 아직 ‘탄핵 불가’가 우세하다. 친한계 인사는 “윤 대통령이 탄핵되는 식으로 물러날 경우, 여당이 ‘대통령을 탄핵한 세력’으로 낙인찍혀 정치적 침몰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했다. 친윤계 의원들도 “탄핵은 진영 전체의 분열과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이날 “탄핵보다는 조기 퇴진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의 방안”이라며 ‘질서 있는 퇴진’에 무게를 둔 것도 이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런 한 대표의 구상은 14일로 예고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 전에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시점 등 로드맵이 나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자면 조기 퇴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명확한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게 관건인 셈이다.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을 둘러싼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14일 탄핵 표결과 관련해 일부 의원이 이탈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혐의들이 알려질 경우, 여론은 악화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 불가론’이 점점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이 12·3 비상계엄을 진두지휘한 김용현 전 국방 장관을 긴급체포하자 정치권에선 “검찰이 비상계엄에 가담한 주요 군 관계자들의 신병 확보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계엄군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관위원회 등에 투입한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도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장관과 계엄군 지휘관에 대한 수사가 본궤도에 올라 사건 실체의 윤곽이 드러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 관련 위헌·위법 혐의가 드러날 경우 국회의 탄핵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도 최근 검찰 수사 속도로 볼 때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이 많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에선 대통령 임기 단축에 동의해도 퇴진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한 대표는 8일 여당 의원과 당직자를 포함해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9일에는 초선 의원, 중진 의원, 비상의원총회가 잇달아 열린다. 여권 관계자는 “늦어도 이번 주 중반에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