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자진 사퇴했다. 전날 이 장관이 사의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야당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이 장관이 연루됐다며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고, 10일 국회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탄핵이 되기 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 장관은 사퇴 직후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제 장관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정 공백과 혼란이 생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행안부 장관에 취임한 최장수 장관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2022년 일어난 핼러윈 참사 책임을 이유로 작년 2월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작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안이 기각된 뒤 업무에 복귀했으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1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함께 이른바 ‘충암파’로 불렸다. 이 장관 사퇴로 행안부는 고기동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장관의 사퇴에 대해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 장관은 내란 사태의 주 공모자이자 주범인 것을 국민이 아는데, 그런 자에 대해 내란 사태 수괴인 윤석열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당장 이 장관을 출국 금지 조치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 아니라 사퇴한 것 아니냐”라며 “적극적 직무 행사라고 보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대표는 “앞으로 (국무위원 등이) 사퇴하는 일이 있을 텐데, 사퇴의 경우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