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민의례하고 있다./국무총리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김건희 일반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대행은 두 법안에 위헌·위법적인 요소가 적잖다고 보고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른바 ‘쌍특검법’은 민주당이 현 여권을 초토화하려고 만든 ‘마구잡이식 특검’”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사실상 특검을 임명하고 현 정부·여당 인사 수천 명을 수사 대상에 올리는 내용이라 두 특검이 도입되면 초대형 ‘사화(士禍)’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민주당은 지난 9일 발의한 내란 특검법 원안에서 특검 후보 추천권을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 등 3인에게 부여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는 내용으로 수정(제3조)하고, 12일 본회의 표결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네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도 야당이 2명 추천(제3조)하는 것으로 가결했다. 두 특검법은 법 시행일로부터 3일 이내에 야당이 추천한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특검을 맡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법조계에선 사실상 야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라 “위헌적”이라고 한다. 헌법이 공무원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역할과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만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대

그래픽=이철원

통령이 3일 안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장자가 자동으로 특검으로 임명되도록 한 것도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의 수사 대상이 14~15가지에 이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 특검은 검찰 등이 수사하기에 곤란한 정치적 사건 등 특정 사안 수사에 집중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내란 특검법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군인 투입 지시 경위와 국회의원 체포 지시 의혹, 계엄사령관 임명 과정, 동부구치소 수감 장소 마련 지시 의혹 등 14가지를 수사 대상(제2조)으로 삼았다.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제2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인사 청탁 관여 의혹, 선거 공천 개입 의혹 등 15가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부 유튜버의 일방적 주장까지 수사 대상에 넣은 것은 수사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두 특검법 모두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사실상 별건(別件) 수사 길을 열어둔 셈이다. 특히 내란 특검법은 제19조에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등의 형사소송법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다. 김건희 특검법(제6조2호)에서 특검의 자료 제출 요구 등 수사 협조를 거부한 공무원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김 여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을 한 의혹이 있는 공무원 또는 대통령실 관계자’(제2조13·14호)도 수사 대상으로 넣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과 대통령실 등 정부 관계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수사 때도 당시 여권 인사 수백 명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는데 두 특검이 가동되면 수천 명이 조사받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특검 수사 기간을 6개월 가까이 잡은 것도 현 여권을 초토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두 특검법안(제9조)에 따르면 특검은 준비 기간 20일을 거쳐 90일간 수사를 진행하고,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뒤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이것으로도 수사가 부족하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이 가능해 최장 170일간 수사할 수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현 여권은 대선 캠페인 내내 특검발(發) 악재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특검이 도입되면 여권은 주요 인사 줄소환과 압수 수색으로 날이 샐 것”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권이 치명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