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수 나훈아씨에 대해 “입 닫으라” “혼란 부추기지 말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나씨가 10일 은퇴 공연에서 비상계엄 사태 후 벌어진 국내 상황을 두고 ‘야당도 잘한 것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대중가수가 시국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을 겨냥해 170석 거대 야당이 험한 말을 쏟아낸 것이다. 이에 나씨는 12일 “갈라치기 하지 말고 자기들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맞받았다.
나씨는 지난 10일 은퇴 공연 도중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말한 뒤 두 팔을 들어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고 했다. 야당을 왼팔에 빗댄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너희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군인이 잡혀 들어가고, 어떤 군인은 찔찔 짜고 있다. 이런 상황을 북쪽의 김정은이 좋아한다”고도 했다.
◇이번엔 카톡 검열 논란… 野 “내란 옹호 퍼나르면 일반인도 고발”
나씨는 12일 공연에서도 “안 그래도 잘려 있는(분단된) 나라에서 선거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라며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라치기는 안 된다. 우리 어머니는 형과 내가 싸우면 둘을 똑같이 팼다. 니가 잘했니 못했니 할 거 없다. 전부 패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나씨의 10일 발언이 알려진 뒤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김원이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나훈아 참 웃긴 양반일세”라며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인지”라고 썼다. “그냥 살던 대로 사세요”라고도 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심히 우려스럽다”며 “양비론으로 물타기 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길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나씨 발언을 겨냥해 “윤석열을 옹호하는 국힘도 정상적인 보수 정당이 아니지만, 그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자들도 우파나 보수일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애초에 좌우의 근본 이념이 뭔지, 자유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른 불쌍한 중생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한 변호사는 “일제가 쳐들어오는데 ‘조선 니는 잘했나’, 강간범이 있는데 ‘피해자 니는 잘했나’라고 하는 격”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비난이 이어지자 나씨가 12일 저녁 공연에서 “나를 뭐라카는 저것들, 지 일이나 똑바로 하라”며 다시 한번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의견을 말하는 예술인들은 지지하고 독려해왔다. 그런 정당이 나씨에 대해서는 “입 닫으라”며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자신들이 현 정권에 대해 그토록 비난하던 ‘입틀막’과 다를 게 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내란 선전죄’로 고발한 데 이어, 일반인들에 대한 고발 방침까지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산하 허위조작감시단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고 이를 옹호하는 주장을 퍼트려 내란 행위에 동조했다’며 보수 성향 유튜버 6명을 고발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내란 선동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것은 충분히 내란 선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단순히 퍼 나르는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단호하게 고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고발한 유튜버들은 실제로 탄핵 국면에서 “국회는 민주당 간첩 소굴” 등 확인되지 않거나 자극적인 주장을 폈다. 하지만 극단적 유튜버들의 일탈을 고발하는 것과, 일반인들이 뉴스를 공유하는 행위에 ‘내란 동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는 지적이다. 진영 논리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란 선동’인지 판단하는 기준부터 임의적·자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훈아씨 발언 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도 민주당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내란 동조·선동’으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인민재판’ ‘민주당의 틀에 감금’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김어준을 국회에 불러 가짜 뉴스 유포의 장을 마련해준 야당이 오히려 일반인의 카카오톡을 (내란 선동) 가짜 뉴스로 매도하며 고발하겠다고 한다”며 “지독한 이중 기준”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가짜 뉴스나 여론 조작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가짜 뉴스를 조직적으로 퍼 나르는 행위에 대해서, 신고·고발이 되면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지 개별적 시민들에 대해 검열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법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나 집회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유포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카톡 검열법’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야당은 자신들의 선전·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국민을, 야당을 비판하는 국민 전체를 범죄 혐의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