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 처리한 2차 내란 특검 법안에 대해 또 재의를 요구했다. 최 대행은 이번 법안이 지난 12월 31일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폐기된 1차 내란 특검 법안과 비교해 위헌성이 다소 해소됐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핵심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 기소돼 특검을 도입할 실익이 없어진 점 등을 들어 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다.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 방침을 밝히면서 “치열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특검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삼권분립의 예외적인 제도인 특별검사 도입이 우리가 그간 지켜내 온 ‘헌법 질서’와 ‘국익’이라는 큰 틀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국무위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숙고를 거듭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검은 행정부 권한인 수사권을 입법부가 행사하는 것이라 삼권분립 원칙의 예외인 만큼,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계엄 작전에 참여한 주요 군 지휘관에 이어 지난 26일 윤 대통령까지 구속 기소한 마당에 특검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도입되면 이른바 별건(別件) 수사의 길을 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관련 인지(認知) 사건’ 수사만 중점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최 대행은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행은 또 “(특검 도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함께 균형 있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군사 작전까지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북한 도발에 대비한 군사 대비 태세가 위축될 수 있고, 군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 처리 과정에서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북 군사 작전에 대한 외환(外患) 혐의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긴 했지만 군사 시설 등에 대한 무차별 압수 수색 등을 가능하게 해 군사 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고, 이는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 대행은 그 밖에 “지난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보완되었지만, 여전히 법안 내용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2차 내란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도록 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으로 특검에 임명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최 대행은 이날 내란 특검 법안에 대해 거듭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민주당이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안을 의석수를 앞세워 처리할 경우 계속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최 대행은 지난 12월 31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며 임명을 보류했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며 “민주당은 이미 경고한 대로 최 권한대행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 대행은 초대 주(駐)쿠바 대사에 임명된 이호열 주멕시코 공사 등 신임 재외공관장 11명에게 이날 신임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작년 하반기 재외공관장에 내정돼 연말 부임을 준비했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임명이 미뤄졌다. 다만 주중 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내정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일부 특임공관장 내정자는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