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작년 12월 16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두 달 만에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하고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향해 가면서 여권 대선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하면서 “(지금은) 책을 한 권 쓰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책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치른 작년 총선, 당대표를 맡아 겪은 12·3 비상계엄 사태 등에 대한 소회와 성찰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미래 비전과 시대 교체에 대한 구상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되는 2월 말이나 3월 초 본격적인 정치 활동 재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하자 국민의힘 친윤계는 반발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떠난 그 시간 동안 우리 당은 모진 비난과 질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온갖 수모를 견뎌내며 버티고 싸워왔다”며 “한 전 대표가 지금 나서면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고,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가는 우리 당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구속 등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분명한 책임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다른 대선 주자급 인사들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각종 범여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 중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계엄이 바로 내란이라고 등식화하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계엄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야당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죄 확정 전에 내란범 운운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 장관을 겨냥하고 나왔다. 홍 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서 김 장관이 김구 선생 국적을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 “어이가 없는 일로 그것은 식민사관”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탄핵에 반대하는 홍 시장이 지지층이 겹치는 김 장관 견제에 시동을 건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홍 시장은 주말 광주(光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와 관련해 “빛고을 광주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년 연장’ 제안을 비판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진짜 청년 정책은 공정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공정한 일터가 선행되지 않은 정년 연장은 청년들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과 관련해서도 오 시장은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굴욕적 태도로 일관한 사람(이재명 대표)이 미국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실용일 순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1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데만 앞장선다”며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이 대표 재판이 동시에 결론 나야 한다는 것이 많은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35조원대 추경안과 관련해 “조기 대선용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추경을 대선에 이용하고 있다”며 “막대한 돈 뿌리기는 미래 세대 빚이지만, AI(인공지능)에 10조원 추경을 하면 몇 년 후 수십 배의 국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