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요동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표 혼자 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느냐”는 논쟁이 번졌고, 국민의힘은 “영혼 없는 ‘C급 짝퉁’에 불과하다”며 날을 세웠다.
◇민주, 이재명 발언 두고 분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표가 당 정체성에 대해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하루아침에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일 YTN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로,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그러면서 “(당 정체성은) 오랜 역사와 정치적 실천을 통해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금방 변경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특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 변경은 당 대표가 이런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 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라고 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진보적 가치를 갖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 하루아침에 금방 어떻게 바뀌나”라며 “(이 대표) 본인이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5선 중진 이인영 의원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며 “당헌과 강령을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어느 내용을 ‘보수’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이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 없는데 이재명 대표의 말이 충격”이라고 했다. 이어 “실용을 넘어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백번을 되물어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과 민주당원,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이재명 대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역사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축적”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노무현 대통령의 함께 잘사는 나라의 꿈, 문재인 대통령의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이 모든 가치가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였고 지향점이었다”고 했다.
◇친명은 엄호
반명 친명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을 위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과도 함께하지 않았나”라며 “그렇게 국민을 통합했기 때문에 IMF 위기도 극복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말하는 실용주의는 현재 당면한 문제를 실용적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중도적이다‘, ‘진보적이다’라고 평가하지 말고 가장 유용한 수단들을 선택해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을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의 힘이 떨어질 때 대연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연립정부 구성안을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 그것이 DJ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엄격하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도 보수고, 민주당과 김 전 대통령은 항상 중도 개혁을 표방해왔다”고 했다. 이어 “지지세력만 가지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김대중 후보도 우클릭을 해서 집권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보수의 아이콘인 김종필, 박태준 두 분과 통합을 해 집권의 길을 갔지만, 김대중 정책이 보수로 간 것은 없다”고 했다.
◇與 “민주당의 보수정책 베끼기는 영혼 없는 ‘C급 짝퉁’”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자신과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 “본인은 과거 미군을 ‘점령군’으로 부르고, 당 주류는 과거 운동권 시절 반체제 운동을 했는데 오른쪽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이 언론에 소개하는 반도체특별법, 상속세 인하, 연금개혁 등은 모두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 강력히 추진해 온 정책”이라며 “민주당이 훔친 장물을 대단한 개혁이라도 되는 듯이 선물처럼 나눠주며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는 중”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상속세에서 세율 조정을, 연금개혁에서 구조개혁을 뺐다”며 “민주당의 보수정책 베끼기는 영혼 없는 ‘C급 짝퉁’에 불과하다”고 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은 민노총 극렬 세력의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하다”며 “아무리 이재명 대표가 성장 운운하며 친기업 행보를 한다고 한들,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 외쳐본들 이런 마당에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일하겠다면 민노총 극렬 간첩 세력에 끌려다니는 비굴한 연대까지 끊어내야 한다”며 “민주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