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2·3 계엄 직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는 ‘바뀐 번호를 알려 드린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국회 측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조 원장과 김 여사가 계엄 선포 전날과 당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야당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김 여사가 계엄의 배후에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조 원장과 김 여사의 문자 교환은 바뀐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김 여사가 해외순방 과정에서 주미대사와 안보실장을 지낸 조 원장의 외교적 조력을 많이 받았고,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바뀐 번호를 알려 줬다고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통신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는 계엄 전날인 작년 12월2일 오후 5시51분 조 원장에게 메시지 두건을 보냈고, 이튿날 오전 9시49분 답장을 받았다. 고위관계자는 “김 여사가 자신을 ‘한남동’으로 지칭하며 ‘바뀐 번호를 알려 드린다’고 적었고, 곧이어 번호가 적힌 두 번째 메시지를 전송했다”며 “이에 다음날 조 원장이 뒤늦게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야당은 둘 사이의 대화가 계엄과 관련된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서 조 원장과 김 여사가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에 대해 “그 통화 내역이 어떤 것인지 사실 좀 궁금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작년 11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개인 전화로 ‘사적 소통’을 했기 때문에,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