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돼 지난 1월 9일 우크라이나군과 전투 중 생포된 북한군 포로 저격수 리모(26)씨가 면담에서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며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전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3~26일 우크라이나 안드레이 니콜라이엔코 의원, 얄타유럽전략(YES) 특별회의 주최 측 공식 초청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 포로 리씨, 소총수 백모(21)씨를 약 1시간 10분 동안 면담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사진은 유 의원이 지난달 25일 북한 포로를 면담하는 모습. /유용원 의원 제공

유용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가 면담한 북한군 포로 리씨, 백씨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유 의원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리씨는 ‘지금은 귀순 의사가 어느 정도 되느냐’는 물음에 “난 한국으로 꼭 가고 싶어요. 앞으로 우리 부모님들과 만나기 위해서 꼭 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리씨는 “한국에 가게 되면 내가 바라는 권리대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내가 필요한 뭐 집이라든지 내가 거기서 가족도 이루며...”라면서 “나는 앞으로 가게 되면 가정도 이뤄야 될 거 아니에요. 북한 출신인데 내가, 내가 포로니까 가정을 이루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리씨가) 향후 실제로 귀순했을 때 본인이 부딪히게 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씨는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리씨는 교전 과정에서 턱에 총상을 입어 발음이 부정확한 상황이다.

또 백씨는 귀순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유 의원은 밝혔다.

백씨는 북한군이 포로로 붙잡히게 될 경우 ‘자폭’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 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고”라며 “그렇게 하라고 교육하는 건 없고 자기 생각에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어쨌든 조국에 대한 배반이고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리씨도 “자폭에 아무런 물질적 그런 게 없었어요. 내 눈으로도 (자폭을) 직접 봤어요”라고 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면담 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포로로 잡혀 있는 북한군 병사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외교당국에서는 총력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며 “이들의 본국 송환은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름없고, 북한군 포로라 할지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칫 포로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귀순 의지를 표명한 북한군에 대한 우리의 송환 의지가 패싱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더 신속하고 각별한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서도 더 이상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