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본지는 2030세대의 정치·경제·사회에 대한 인식을 공동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20·30대와 40·50대의 차이가 특히 컸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2030세대는 86세대가 주도하는 현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86세대 자체에 대한 반감도 보였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2030세대는 이념적으로 보수화됐다”며 “이는 86세대 대다수가 포함된 50대의 이념적 진보성과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①2030, 남성이 더 보수화
20·30대의 보수화는 지표로 확인됐다. 20대와 30대의 27%는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반면, ‘진보’라는 응답은 각각 24%, 21%였다. 2030세대의 보수화는 남녀를 구분하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강한 보수 성향을 10점으로 했을 때 20대 남성의 점수는 5.42, 30대 남성은 5.33이었다. 20·30대가 보수화되면서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세대(5점 이하)는 40·50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와 같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대답한 집단은 20대 여성(4.64)이 유일했다.
김한나 진주교대 교수는 “거시적 원인은 취업과 경제적 고통 때문”이라며 “이전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정책이 2030 청년들이 처한 상황에 잘 맞지 않고, 괴리감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문 정부가 시행했던 정책은 세금은 더 내야 하고 당장 청년층에게 돌아오는 게 없었다는 것이다.
②현 정치 체제 만족도 낮아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20대와 30대는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낫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낮았다. 20대의 67%, 30대의 64%가 민주주의의 우월성에 동의했는데 40대(72%)와 50대(77%)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20·30대는 현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10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20대의 만족도는 4.76, 30대는 4.74였다. 50대는 5.15로 상대적으로 현 체제 만족도가 높았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연구진은 “2030세대는 현재 민주주의에 대해 다른 연령대, 특히 4050세대와 비교했을 때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성예진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원은 “청년들은 개인이 노력해서 성공하는 건 가능하다고 보는데,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의심이나 회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치 체제를 비롯해, 경제를 운영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성 연구원은 “개인이 노력하면 잘될 수 있다는 믿음 자체는 있는데, 공동체가 날 도와줄 것이라고까지는 생각 못 한다는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각자도생만이 답이다’라는 인식으로 흐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③86세대에 가장 부정적
2030세대의 보수화는 86세대에 대한 반감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운동 세대(86세대)‘에 대한 호감도(100점 만점)를 연령대별로 측정했더니 20대가 45.9점, 30대는 45.3점으로 나타났다. 40대 49.1점, 50대 53.4점, 60대 46.6점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20·30대 남성의 86세대 호감도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은 39.4, 30대 남성은 40.9점이었다. 김인균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연구원은 “2030세대가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정치권에 진입해 수십 년간 요직을 차지한 86세대를 ‘기득권’으로 간주하면서 그 세대에 대한 거부감이 형성된 것 같다”며 “민주주의, 민주화를 내세웠지만 86세대가 가장 큰 수혜를 입고 그것이 유지되는 것에 부정적인 것”이라고 했다.
④2030 절반 “선거 불공정”
2030세대의 절반가량은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던 22대 총선, 윤 대통령이 당선됐던 20대 대선 모두 ‘공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작년 4월 치러진 22대 총선의 경우 20대의 45%, 30대는 과반인 51%가 불공정했다고 했다. 총선이 가장 공정했다고 답한 연령은 50대로, 70%가 공정했다고 밝혔다. 30대는 70대 이상(46%)보다도 선거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했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 역시 유사했다. 20대의 49%, 30대의 50%가 대선이 불공정했다고 답했는데, 50대(33%)보다 20%p가량 높은 수치다.
김인균 연구원은 “2030세대는 공정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선관위의 선거 관리도 문제지만, 선관위의 채용 부정 문제 등이 선거에 대한 공정성 의심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⑤헌재·선관위에 대한 신뢰도 낮아
최근 비상계엄·탄핵을 계기로 주목받게 된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2030세대 신뢰도는 대체로 낮았다. 헌재에 대한 신뢰도는 20대 44점(100점 만점), 30대 45점으로 전 세대 평균인 48점보다 낮았다. 선관위 신뢰도 역시 20·30대 모두 42점으로 평균(45점) 미만이었다.
[이렇게 조사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으로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26일 전국 남녀 1546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는 남성 806명, 여성 740명이며 연령별로는 18~29세 14%, 30대 15%, 40대 18%, 50대 20%, 60대 19%, 70세 이상 14%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청년세대 연구팀은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한나 진주교대 교수, 김지혜 서강대 교수, 성예진 성균관대 연구원, 김인균 성균관대 연구원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