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상속세 일괄 공제 등을 올리는 것과 배우자 상속세 폐지하는 걸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는 이혼하거나 재산을 분할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전날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동의함에 따라 이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함께 재산을 일군 배우자 간의 상속은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아니다”라며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상속세 일괄 공제는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 최저 한도는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작년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50%→40%), 자녀 공제 인당 5억원으로 상향 등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양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에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최대 주주 할증 폐지 등 다른 쟁점은 합의 안돼
양당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한 것은 ‘이중 과세’ 논란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경제 공동체인 부부 간 상속에 세금을 물리고, 부(富)가 자녀에게 이전될 때 또 세금을 물리는 구조다. 또 배우자 상속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의 세대 이전에 세금을 물린다는 상속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양당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응한다면 다음 주 초 기재위 소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현재 배우자 상속세 공제액 한도인 30억원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안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제외한 다른 상속세 개편 관련 쟁점에선 양당 간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이날 “부자 상속세 감세 같은 조건을 붙이지 말고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처리하자”며 “불필요한 것과 연관 짓는 발목 잡기 전략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했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 폐지 등 논의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유산취득세 도입도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속하는 총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이를 배우자와 자녀 등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상속인마다 실제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 방식이 상속인에게 유리하다.
이와 관련, 권영세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대표의 전향적인 태도를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업 승계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업 상속 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오너가 회사를 자녀 등에게 물려줄 때 일부 상속 재산을 공제해주는 제도다.